대기업, 실적 호조에 임금 인상 '경쟁적'···신입 연봉 1억 시대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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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5.5% 인상···삼성전자 초임 5150만원 넘어설 듯
삼성 평균 9%, 현대차 기본급·수당 포함 약 9%, LG전자 평균 8.2% ↑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대기업들이 줄줄이 임금을 인상하고 있다. 이 같은 대기업 임금 경쟁에 입사 1년 차 신입사원의 경우 보수가 연 1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정부가 물가상승 심화를 이유로 기업들에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실적 기록 행진에 따른 노조 압박과 치열해진 인재 확보 경쟁에 상향 조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초임 연봉' 겨루기 중인 SK하이닉스와 기술사무직 노조는 올해 임금을 지난해 연봉 대비 5.5% 올리기로 잠정 합의했다. 추가로 기준급을 월 10만원 정액 인상하기로 했다. 평균 고과 기준으로 연봉 200만원을 인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올해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기본급 기준 12.8% 수준의 임금인상을 요구했으나 사측 과의 교섭 과정에서 이 같은 정률·정액 인상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임금인상안은 구성원 동의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지난해 5040만원이었던 SK하이닉스 대졸 신입사원 초임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번 임금 인상으로 삼성전자(5150만원)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신입사원들이 초과이익분배금(PS), 생산성 격려금(PI) 등 각종 성과급과 복지포인트 등을 합쳐 9000만원 중후반대 보수를 챙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신입사원이 챙길 수 있는 연간 보수는 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상반기 격려 차원의 인센티브인 PI를 최대치인 기본급 100%로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오는 27일 발표하는 2분기 경영실적도 역대 최대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아 연간 실적에 따라 1년에 한 번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PS도 지난해 수준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신입 초봉을 기존 445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올렸는데 같은 해 6월 SK하이닉스가 초봉을 5050만원까지 끌어올리면서 추월당했다. 이에 삼성 내부에서 처우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올해 4월 임금을 평균 9% 올리기로 결정했다. 최근 10년 내 최대 인상률이었던 지난해 7.5%보다 1.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번 합의로 직원에 따라 최대 16.5%까지 임금이 올라 대졸 신임사원 초봉의 경우 5150만원 수준으로 인상돼 SK하이닉스를 따돌린 바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역시 지난 8일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등 주력 사업부에 올해 상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옛 PI)로 최대치인 기본급 100%를 지급했다. 연 1회 당해 연도 초과 이익의 20% 한도 안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를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특별 인센티브 등을 감안하면 반도체부문의 경우 신입사원 기준 1년에 챙길 수 있는 보수는 90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올해 초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겸 DS부문장이 SK하이닉스보다 더 나은 처우를 보장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향후 정기 성과금 등을 통해 추가 보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재추월 당한 임금 수준을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자동차 노사도 최근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합의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기본급 4.3% 인상(9만000원, 호봉승급분 포함), 수당 1만원, 경영성과금 200%와 4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150만원, 하반기 목표달성 격려금 100%, 미래 자동차 산업변화 대응 특별격려 주식 20주,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등이 포함돼있다.

기본급 인상금과 각종 수당 등을 합하면 연봉이 약 9% 오르는 셈이다. 노사는 최근 경영실적과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 글로벌 지정학적 위협 등 대내외 리스크를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는 19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합의안대로 연봉이 인상될 방침이다.

LG전자는 올해 임직원 평균 임금 인상률을 8.2%로 확정했다. 이번 임금 인상으로 LG전자 신입사원 초임은 지난해보다 300만원 오른 4900만원이 됐다. 선임·책임의 초임은 지난해보다 각각 300만원, 250만원씩 오른 5800만원, 7350만원이 됐다. LG전자는 올해 초 가장 실적이 좋았던 생활가전(H&A) 사업본부에서 사업부별로 400∼660%의 성과급을 줬으며 글로벌 매출 1위 달성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 인센티브 500만원도 추가로 지급했다.

앞서 지난해 LG전자는 임직원 평균 임금을 10년 만의 최대폭인 9% 올렸다. 2018~2020년 3년간 LG전자의 임금인상률이 연 4%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연속 큰 폭으로 인상한 셈이다. LG이노텍, LG CNS도 올해 임직원들의 급여를 역대 최대 인상률인 평균 10%로 결정했다.

다만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률, 성과급 지급 경쟁이 물가 상승 속도를 더 가파르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도한 임금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근로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13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물가가 올라가니까 임금상승 압력도 같이 받는 게 장기적으로 (기업을 하는 데) 제일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면서 "특히 사람을 많이 쓰는 중소기업 쪽에서 훨씬 더 어려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가 물가관리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고 직장인 월급 인상을 억제하라고 말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과 함께 그동안 회사 성과 대비 부족했던 임금을 채운 데 지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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