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신화' 함영주 시대···하나금융, '리딩금융' 도약 노린다
'고졸 신화' 함영주 시대···하나금융, '리딩금융' 도약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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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최장 뱅커' 경험 지닌 '관록의 CEO'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킬 것"
임직원에 '염구작신(染舊作新)' 각오 전달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사진=하나금융)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저성장 고착화, 금융업의 경계 해체 등 금융의 변곡점에 서있습니다. 주주·기업 가치 제고, 투명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통해 하나금융을 아시아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헌신하겠습니다."

하나금융그룹의 수장이 10년 만에 바뀌면서 '함영주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 함영주(66) 신임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와 함께 고객가치·현장을 최우선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하나금융은 지난 25일 서울 명동 사옥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함영주 회장이 차기 하나금융 회장으로 취임했다고 27일 밝혔다.

충남 부여 출신인 함 회장은 강경상고를 졸업한 후 1980년 옛 서울은행에 입행하면서 금융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 지 42년 만에 금융그룹 수장에 오른 셈이다. 이로써 함 회장은 은행권을 통틀어 최장 은행 근무기간을 거쳐 회장자리에 오른 색다른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동시에 함 회장은 라응찬(전 신한금융 회장) 등 과거 한때 금융권을 주름잡았던 고졸 신화의 계보를 잇게 됐다. 만약 고졸 신화가 함 회장에서 끝나지 않는다면, 그 바통을 이어받을 주인공은 진옥동(62) 현 신한은행장(덕수상고 출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룹 내부에서는 함 회장에 대해 '준비된 경영자'라는 평가를 내린다. 그는 서울은행과 하나은행 통합 후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을 이끌며 영업실적 전국 1위에 올려놓는 성과를 냈다. 

통합은행장 취임 후에는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하나-외환의 통합 시너지를 조기에 가시화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하나금융 부회장을 겸직하며 그룹 중장기 성장을 이끈 데다 지난해엔 ESG경영 전략을 총괄한 덕분에 그룹 및 관계사에 대해 이해도가 높다는 게 하나금융 측 설명이다.

◇'준비된 경영자' 함 회장···디지털 혁신 등 3대 과제 제시

현장·고객 중심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조직을 이끌었던 함 회장은 경영자로서 하나금융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이취임식을 생략하고 취임 메시지를 통해 '강점 극대화·비은행 사업 재편', '글로벌 리딩금융그룹 위상 강화', '디지털 금융 혁신' 등을 그룹의 3대 과제로 꼽았다.

우선 온·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옴니채널을 구현하고, 자산관리 및 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은행과 증권 중심의 성장엔진을 완성하고, 비은행 사업부문 M&A 등을 통해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도 재편해 나가기로 했다.

아시아 지역 중심의 현지화를 한층 강화하고, 비은행 부문의 글로벌 진출 역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고성장지역의 M&A와 지분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미주, 유로존 등 선진시장에서는 국내 진출 기업과 연계한 IB·기업금융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사진=하나금융그룹)

이와 함께 디지털 인재 육성, 혁신 스타트업 투자와 개방형 API플랫폼을 통한 외부 디지털 역량을 적극 활용해 사용자 중심의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사회적 가치 실현도 그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함 회장은 "공시, 심사 등 ESG금융을 위한 기반 구축 및 저탄소, 친환경 산업 투자를 확대하고, 자회사 CEO 중심의 철저한 자율책임경영으로 투명경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고객가치와 현장을 최우선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생각과 행동이 젊은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은행 강화·법률리스크 해소 등 과제 풀어야

함영주 체제로 전환한 하나금융은 함 회장이 강조한 디지털 전환, 리딩 글로벌 등 과제 수행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으로 급변하는 환경을 고려했을 때 하나금융의 전환기를 이끌어가야 할 함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적지 않은 편이다.

타 금융지주뿐 아니라 빠르게 금융 영역으로 발을 넓히는 빅테크와도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편리함과 과감함을 무기로 한 경쟁자를 제쳐야 하는 셈이다. 디지털 전환 외에도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새로운 사업 발굴 등이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하나금융이 보완해야 할 점으로 비은행 강화가 꼽힌다. 점차 비은행 이익 비중을 늘리고 있다지만, 아직까지 하나금융의 수익 포트폴리오는 은행에 치우쳐 있다. 실제 비은행 이익 비중은 지난해 기준 35.7%로, 40%를 넘어선 KB금융·신한금융에 못 미친다.

물론 금융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 강화도 함 회장이 공들여야 할 대목이다. 과거 부실 사모펀드 사태가 줄줄이 터지면서 금융권은 이 두 가지가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함 회장이 안고 있는 법률리스크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의 비중이 크다.

함 회장은 지난 11일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14일에 열린 DLF 행정 소송 1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함 회장이 받은 문책경고는 중징계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서 항소심 판결 이후 30일까지 효력이 정지됐다.

한편, 하나금융은 함 회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함 회장 역시 그룹 내부의 불통을 과감히 개선하는 한편,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 유연한 조직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함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옛 것을 물들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의 '염구작신(染舊作新)'이라는 사자성어를 전하며 "임직원이 함께 이루어낸 과거 성과와 현재의 노력이 모여야만 진정한 하나금융의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것"이라면서 "모두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해 가장 앞장서서 길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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