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엔데믹에 금융사 CEO 해외활동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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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회장들 해외IR 시동···투자자 접촉 확대
진옥동 신한은행장, 코로나 이후 베트남 첫 방문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신한금융그룹)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신한금융그룹)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을 앞두고 국내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해외활동에 본격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멈췄던 글로벌 경영시계를 다시 돌리고, 해외투자자 유치를 통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과 핵심 계열사 신한은행의 두 수장은 현재 해외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15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영국, 스웨덴, 덴마크 등에서 해외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 나서고 있다. 이번 출장 일정은 오는 22일까지로, 조 회장이 해외IR에 직접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공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코로나19 이후 처음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당시 일정을 쪼개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영국 에든버러·런던 등에서 기관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그룹의 비전과 ESG경영 성과 등을 소개했다.

이번 해외 IR에서도 조 회장은 그룹 실적과 주주환원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과를 공유한다. 신한금융은 사상 최고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을 약속한 바 있는데, 이같은 계획을 기관투자자들과 공유하고 소통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신한금융은 블랙록,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BPEA) 등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PEF)와 싱가포르투자청, 노르웨이중앙은행 등 대형 기관투자자를 주주로 두고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신남방 지역 핵심 거점인 베트남을 방문해 코로나19로 멈췄던 글로벌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진 행장이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이다.

베트남은 신한은행의 글로벌 핵심 거점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43개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고 자산규모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현지 진출 국내기업을 주 고객으로 하는 다른 금융사들과 달리 일찍이 현지화 전략을 통해 베트남 내 입지를 다져왔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올해 1분기 순이익 403억원을 시현, 전년 동기 대비 42.1%의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진 행장의 이번 출장은 현장 소통을 통해 신한베트남은행의 성장 모멘텀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진 행장은 지난 17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신한베트남은행 디지털 전문조직 '퓨처뱅크 그룹(Future Bank Group)' 출범식에 참석했는데, 은행의 핵심 성장전략으로 디지털을 강조해온 진 행장의 행보와 일맥상통한다. 퓨처뱅크 그룹은 독자적인 권한을 갖고 신한베트남은행 리테일(개인 대상 영업)사업 부문에 대한 디지털 성장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해외 출장일정이 나와있진 않으나 베트남 행사에 참석한 후 이번주 입국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이 어려웠는데, 이번에 행사에 참여하면서 베트남 사업도 같이 둘러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지난 17일부터 2박3일간 싱가포르에서 대형 자산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해외 IR을 실시했다. 손 회장이 해외 IR에 나선 것은 중동·유럽·북미 지역을 방문했던 지난 2019년 10월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이번 IR에서 손 회장은 민영화 이후의 중장기 비전과 재무적 실적, ESG·디지털경영 성과 등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지난 2월 우리금융 실적발표 콘퍼런스에서 코로나19로 대면 IR 기회가 줄어든 것에 아쉬움을 표했던 손 회장이 투자자들과의 스킨십을 약속했던 만큼 앞으로 해외 IR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엔 미주지역 IR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 경영진들도 시장 소통 강화와 해외투자자 유치를 위한 해외활동이 예상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경우 구체적인 국가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하반기 해외 IR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취임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곧 해외투자자들과의 스킨십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잦아들면서 금융사 CEO와 해외투자자들 간 대면접촉 기회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로 주춤해진 글로벌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자본시장의 '큰 손'인 해외투자자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금융지주 내 외국인지분율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해외 투자자들과의 소통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날 기준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외국인지분율은 △KB금융지주 72.87% △하나금융지주 72.42% △신한금융지주 62.67%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외국인지분율은 37.82%로 3대 금융지주사에 비해 낮지만 올해 들어서만 6%p(포인트) 넘게 증가하는 등 해외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 IR행사 등을 통해 해외투자자들의 관심을 기회로 보다 다양한 글로벌 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해외 비즈니스를 할 때 경영진이 직접 현장에서 투자자들과 만나고 만나지 않는 것은 천지차이"라며 "글로벌은 디지털과 함께 그룹 비즈니스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코로나로 성장동력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경영진이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투자자들과 접촉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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