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새 '심장' 달고 다시 한 번···한화임팩트, 수소혼소 개조
[르포] 새 '심장' 달고 다시 한 번···한화임팩트, 수소혼소 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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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운전폐지된 가스터빈, 수소연소기 등 일부만 교체해 발전 재개
실증 사업서 최대 55% 수소혼소발전···대기오염물질 배출 크게 낮출 것
한화임팩트 "실증사례 계속 만들어 수소전소까지···준OEM 올라서겠다"
2017년 운전폐지된 한국서부발전 평택발전본부의 1복합 2호기 가스터빈 (사진=한화임팩트)
2017년 운전폐지된 한국서부발전 평택발전본부의 1복합 2호기 가스터빈 (사진=한화임팩트)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멈춘지 5년. 곳곳에 거뭇거뭇 녹이 슬었다. 한창 땐 1000도가 넘는 고열을 내면서 신나게 돌았을텐데 지금은 처치곤란 고철덩이가 돼 일부러도 찾기 힘든 한 켠에 방치돼 있었다.

한화임팩트는 지난 2017년 운전폐지된 한국서부발전 평택발전본부의 1복합 2호기 80MW급 가스터빈을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 부지로 옮겨 새 생명을 불어넣어줄 예정이다.

가스터빈은 일반적으로 15~20년이면 수명이 다한다. 발전하는 과정에서 뿜어지는 고열로 인해 부품이 망가지거나 기술발전에 따라 상대적으로 효율이 떨어져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다. 이번에 개조되는 가스터빈도 1994년 준공해 2013년~2014년까지 운전했으나 발전 효율이 떨어져 가동중단, 2017년엔 완전히 멈췄다. 

한화임팩트는 일부 부품을 개조하고 교체하면 더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신 효율이 떨어지는 가스발전이 아닌, 수소와 천연가스를 섞어 태우는 '수소혼소' 발전기로 교체하기로 했다. 이달 말 수소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는 대산으로 옮겨 실증 테스트 준비가 끝나면 내년 2~3월 경부터 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황병희 한화임팩트 수소사업부 발전엔지니어링 팀장은 "국내는 (발전 단가가 낮은 발전기부터 운전하는)경제급전인데 1복합 2호기 가스터빈은 효율이 떨어져 2017년 운전폐지됐다"며 "스크랩으로 폐기하기엔 아깝고, 매각도 안돼 그동안 용처를 고민하다 이번 실증사업에 활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1복합 2호기 가스터빈은 이번 실증 사업을 통해 혼입된 연료를 폭발시켜 블레이드(날개)에 에너지를 보내는, 인간으로 말하자면 '심장'에 해당하는 연소기를 모두 수소 연소기(Retrofit)로 교체하고 다시 전기 생산에 나선다.

수소는 천연가스보다 온도가 더 높고 폭발력이 크기 때문에 연소기가 연료를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하면 블레이드 등 부품이 망가지거나 배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의 배출량이 증가해 운전을 멈춰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화임팩트는 수소-LNG의 혼합 기술과 연소기 구조 설계 기술을 확보해 기존의 부품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동등한 수준의 출력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용선 한화임팩트 수소사업개발담당 상무는 "수소가 메탄에 비해 200℃가량 더 높고, 화염속도도 빨라 잘 핸들링하려면 기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예혼합방식 연소기술, 공기역학적 유동을 통한 화염 제어 기술을 통해 가스터빈에 수소를 혼소하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화임팩트의 수소 연소기 (사진=한화임팩트)
한화임팩트의 수소 연소기 (사진=한화임팩트)

이미 네덜란드 열병합 발전소의 123MW급 가스터빈 3대가 2018년 개조돼 수소혼소율 35%로 운전 중이고, 미국의 린덴 코제너레이션 발전소도 이날 172MW급 가스터빈 1대를 수소혼소 터빈으로 개조하기로 했다. 

한화임팩트는 이번 실증 사업에서 50%±5% 수준의 수소혼소율로 테스트해 기존 출력과 동등한 수준의 발전을 하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 이상 저감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어 수소 전소(100%)까지 연구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수소혼소율이 높아지면 LNG 발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크게 감소한다. 수소를 섞는 비율이 40%일 때는 이산화탄소가 기존 대비 20% 가량 줄어드는데, 혼소율이 80%까지 높아지면 60%로, 수소 전소땐 100% 줄어든다. NOx 배출량은 지금도 탈진 설비 없이 국내 대기환경 관련 규제 기준(10ppm)이하인 9ppm 수준으로 배출된다.

한화임팩트는 또 수소혼소가 기존의 발전자산·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탄소중립사회 실현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요 이슈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화력발전은 탄소중립을 위해 모두 운전을 멈출 수밖에 없는데, 수소혼소·전소는 기존 가스터빈에서 연소기 등 일부 부품만 교체·개조하면 돼 부담이 줄어든다. 또 시설은 그대로 두고 연료만 수소로 바뀌기 때문에 일자리 감소 문제나 지역경제 손실, 주민 수용성 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서부발전 평택발전본부를 견학중인 기자들 (사진=한화임팩트)
한국서부발전 평택발전본부를 견학중인 기자들 (사진=한화임팩트)

특히 개조 비용이 발전소를 새로 짓는 것보다 절반 이하로 낮다.

송 상무는 "LNG 발전소를 새로 짓게되면 일반적으로 1KW당 700~1300달러, 평균 1000달러가 투입된다"며 "수소혼소는 기존에 사용하던 걸 개조하니까 비용이 절반수준으로 낮아지게 되는데, 한화임팩트는 이보다 더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임팩트는 향후 실증 사례를 계속 만들어 수소혼소터빈 시장에서 준 OEM 수준으로 올라서겠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이번 사업 외에 추가로 인천 지역의 가스터빈 8대를 순차적으로 수소혼소 터빈으로 개조해 운전한다는 계획이다.

송용선 상무는 "글로벌 가스터빈 OEM 회사들도 수소혼소 터빈을 준비중이지만 아직 발전소에서 실증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며 "한화임팩트는 이미 수소혼소로 돌아가는 기술을 갖고 있고, 고객들에게 실증 사례로 보장할 수 있다. 앞으로 수소전소까지 선도적 사례를 계속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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