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지분인수' 두나무 노림수는···실명계좌발급 발판?
'우리금융 지분인수' 두나무 노림수는···실명계좌발급 발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2일 우리금융 지분 1% 낙찰
두나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것"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코인 열풍으로 현금 곳간을 두둑이 채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가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체불가토큰(NFT) 관련 신사업은 물론이고, 금융지주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는 모습이다.

업계는 우리금융 지분 인수를 기점으로 시장에서 두나무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향후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을 위한 '소통 창구'를 확보한 데다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전통 금융사의 노하우를 배울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23일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내놓은 우리금융 지분 낙찰자로 유진프라이빗에쿼티(4%), KTB자산운용(2.3%),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1%) 등이 확정됐다. 여기엔 두나무도 포함됐다. 두나무가 낙찰받은 지분은 1%로, 인수를 마무리하면 우리금융 주주로 합류하게 된다.

앞서 두나무는 지난 10월 우리금융 지분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는 등 인수전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인수전 참여사 중에서도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 적격 심사나 금산분리 원칙 등 문제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1%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그쳤으나,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린 셈이다.

두나무가 우리금융 지분을 인수한 배경에는 사세 확장과 함께 실명계좌 발급 관련 불확실성 해소라는 큰 그림이 자리 잡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향후 우리은행과의 계약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원화마켓을 운영하려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갖춰야 한다. 업비트의 경우 케이뱅크과 제휴를 맺고 있으나, 일정 기간마다 계약을 연장해 나가야 하는 처지다.

현재 수수료 수익으로 쏠쏠한 이익을 챙기고 있는 케이뱅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급변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두나무 입장에선 케이뱅크 외에도 다른 은행과의 제휴 가능성을 높이는 게 주요 과제로 여겨졌다. 

업계는 지분 확보가 우리은행과의 실명계좌 계약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한다. 주주로서 직접적인 영향력 행사보다는 은행과 구체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소통창구'가 열렸다는 평가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두나무가 우리금융 지분 인수로 얻게 된 가장 큰 수익은 케이뱅크 외에도 우리은행과의 제휴 가능성을 열어둔 점"이라며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발언권이라든지 소통창구가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사업파트너로도 우리금융은 두나무에 매력적인 선택지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 금융사와의 협업은 추가적인 가상자산 기반 디지털 금융 사업까지도 확대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가상자산 사업 외에도 증권플러스,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 증권 사업을 꾸리고 있는 두나무는 최근 JYP엔터테인먼트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 등과 손잡으며 NFT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 7월 블록체인 전문기업 코인플러그와 함께 '디커스터디'라는 합작법인을 세웠다. 디커스터디는 가상화폐, NFT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탈중앙금융(디파이) 상품에 투자해 자산을 운용하도록 지원한다.

가상자산 관련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할 때 두 회사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관련 사업뿐 아니라 기존 금융사에서 하는 사업이나 금융상품들은 거래소에도 접목할 수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법적인 측면도 있지만, 금융기술이나 노하우 등이 필요한데 우리금융 지분 인수가 금융상품 또는 금융권 진출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구나 가상화폐 투자 열풍으로 조 단위의 실탄을 확보한 시점에서 두나무의 금융권 M&A(인수·합병) 시장 데뷔는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이다. 실제 두나무는 올 상반기에만 1조8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한 해 동안 거뒀던 영업이익 866억원과 비교했을 때 단기간에 급증했다.

전통 금융권과 장기적 협업을 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두나무는 이번에 확보하는 지분을 장기 보유하겠다는 입장이다. 두나무 관계자는 "금융 산업의 발전과 투자 안정성을 고려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것"이라며 "지분은 장기간 보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