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이재용의 '뉴 삼성', 풀어야할 숙제·넘어야할 과제
총수 이재용의 '뉴 삼성', 풀어야할 숙제·넘어야할 과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법리스크·10조 이상의 상속세와 지배구조 재편·성장동력 마련 등
이재용 부회장이 20~21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0~21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영면에 든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을 이끌어야 하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 경제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맞아 이재용 부회장이 내걸 '뉴 삼성' 비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각종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으로 당장 삼성이 안고 있는 과제도 만만치 않은 만큼 이 부회장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확대 속에 글로벌 경쟁력 강화, 그룹 상속 및 지배구조 재정비 문제는 물론, 두 건의 사법리스크까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이 회장이 타계하면서 이 부회장의 '3세 경영'이 본격화했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쓰러진 2014년부터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해온 만큼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6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통해 공식 총수에도 올랐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현대차·SK·LG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회장 직함을 달지 못했다. 일단 이 부회장의 승진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문제는 승진 시기다. 당분간 이 회장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야 하는 데다 다음 달 19일 이병철 창업주의 기일도 있어 연내 회장에 오르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내년 초쯤에야 이 부회장의 승진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 이건희 회장 영결식을 마친후 병동을 나오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 이건희 회장 영결식을 마친후 병동을 나오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 '경영 시계' 늦추는 사법 리스크 장기화=이 부회장은 먼저 두 건의 재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의 공판기일이 다음 달 9일로 잡혀 있다. 이날은 이재용 부회장이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지난 26일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이 9개월여만에 재개했다. 앞서 이 공판은 이 부회장의 참석이 예상됐지만 아버지인 이 회장의 별세로 참석이 불가능해져 이 부회장 없이 재판이 진행된 바 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고법 형사1부는 파기환송심의 재판을 서둘러 마치려는 분위기여서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이에 이 부회장은 연말까지 이 재판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내년 1월부터는 경영권 불법 승계와 관련한 재판도 본격화한다. 내년 1월로 예정된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재판 일정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대법원까지 갈 것을 고려하면 최소 2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6년 말부터 수년째 수사·재판을 받아온 이 부회장은 2023년을 넘어서까지도 사법 리스크에 발 묶일 수 있는 상황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또 다시 총수 공백이라는 최악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 10조 이상 상속세 어떻게 하나···지배구조 새 판도 짜야=재계 안팎으로 이 부회장이 부친으로부터 상속받는 그룹 계열사 지분 정리과 10조원이 넘는 상속세 문제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이 문제는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 삼성그룹 사업구조와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식의 가치는 이달 23일 종가 기준 현재 18조2000억원이다. 지분 모두가 최대주주 할증 대상이라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자녀들이 내야 하는 상속세가 10조6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이 유언장을 남겼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언장이 없다면 상속인들에게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상속된다. 유언장이 있을 경우 이 부회장이 지분의 상당 부분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상속인들은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도 5년간 매년 1조8000억원가량의 상속세를 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삼성 계열사 중 지분을 일부 처분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나온다. 지분 매각 대상으로는 삼성생명이 거론된다. 삼성생명 지분을 이건희 회장이 20.76%을 보유했고, 이를 포함해 삼성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47%.02%에 달하기 때문에 일부 매각은 이 부회장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여당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지배구조 개편에 큰 변수로 꼽힌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 당장은 이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삼남매가 계열 분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가 호텔·레저부문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을 역임했던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패션부문을 맡을 것이란 구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삼성이라는 이름 아래 3남매가 각자 경영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왼쪽)이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왼쪽)이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100년 삼성' '뉴 삼성' 위한 新성장 동력 마련=이 부회장 체제에서 삼성이 다시 인수·합병(M&A) '빅딜'에 뛰어들어 '뉴 삼성'의 밑그림을 그려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은 2014년 말과 2015년 석유·방산, 화학 사업을 각각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매각했고 2016년에는 미국 하만을 인수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수사·재판을 받게 되면서부터는 굵직한 M&A가 끊긴 상태다. 

특히 삼성은 메모리뿐만 아니라 2030년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1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투자 확대 또는 유망 기업 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핵심인 반도체에서 메모리 부문 세계 2위였던 SK하이닉스가 최근 인텔 낸드 사업 부문 인수해 1위 삼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고,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삼성을 따돌리고 점유율 격차를 더 벌려가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이 가운데 삼성 역시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미래 신사업 영역 확장에도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6G(6세대 이동통신), 바이오를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낙점한 만큼 첨단 반도체 기술 확보와 주력사업 '초격차'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들어서도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며 반도체와 바이오 등에 총 20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