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국내증시의 코스피 지수가 미국 뉴욕증시의 대장주이자 인공지능(AI) 테마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호실적에 힘입어 단숨에 4000선을 회복했다.
장 초반 반도체 등 AI 관련주들이 지수 상승을 견인한 후 중국의 '한일령'(限日令) 수혜 종목들까지 광범하게 강세가 확산했다.
20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대비 75.34p(1.92%) 상승한 4004.85로 마쳤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1.46p(2.58%) 오른 4030.97에서 시작해 장중 3% 넘게 오르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일부 반납해 4000선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시장은 기관이 8076억원어치를 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3거래일 만에 매수로 돌아서 4376억원어치 사들였다. 개인은 차익실현에 나서 1조2788억원어치를 팔았다.
프로그램매매는 차익거래가 940억9700만원 매수 우위, 비차익거래는 2336억2400만원 매수 우위를 보여 총 3277억2100만원 순매수됐다.
종목별로는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영향으로 범AI 테마를 중심으로 상승 한 뒤 시장 전반으로 번졌다.
뉴욕증시 장 마감뒤 한국시장 개장 전 발표된 엔비디아의 3분기(8~10월)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62% 증가한 570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주당 순이익(EPS)은 1.3달러였다. 모두 시장 전망치를 압도했다.
젠슨 황 CEO는 "AI 생태계는 급속히 확장 중이며 더 많은 새 모델 개발사, 더 많은 AI 스타트업이 다양한 산업과 국가에서 등장하고 있다"며 "AI는 모든 곳에 침투해 일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4.56%, SK하이닉스 5.87%, 두산 8.60%, 이수페타시스 5.80% 등 반도체 종목들이 일제히 초강세로 출발했다. 이후 화장품·관광 등 한일령 관련 테마, 방산, 조선, 백화점 등 업종 전반으로 상승세가 확산했다.
중국 정부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철회를 요구한 뒤 뜻에 따르지 않는다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으로의 여행·유학 자제령과 함께 자국 내 일본 영화 상영 중단 등 조치를 내렸다. 일본산 수산물과 화장품 등에 대한 수출도 제한했다.
그 반사효과로 섬유/의류(3.36%), 유통(3.20%), 오락/문화(3.20%) 등도 기세를 올렸다. 이밖에 전기/가스(3.12%), 기계/장비(3.10%), 전기/전자(2.82%) 등 대부분 업종이 올랐다.
내린 업종은 보험(-0.29%), 음식료/담배(-0.21%), 통신(-0.05%) 업종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CJ(8.30%), 에이피알(5.57%), 아모레퍼시픽(5.56%) 등이 급등했다.
또 LS ELECTRIC(6.53%), HD현대일렉트릭(4.09%) 등 전력기기, 이수페타시스(4.47%), 삼성전자(4.25%), 한미반도체(2.32%), SK하이닉스(1.60%) 등 반도체 종목도 올랐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하면서 기아(-0.96%), 현대차(-0.76%), 등 자동차주와 KB금융(-0.82%), 하나금융지주(-0.76%), 우리금융지주(-0.19%), 기업은행(-0.49%) 등 은행주 등은 소폭 내렸다.
751개 종목이 상승했고 141개 종목은 하락했다. 36개 종목은 보합세였다.
코스닥은 전거래일 대비 20.62p(2.37%) 상승한 891.94로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알테오젠(2.39%), 에이비엘바이오(4.36%), 펩트론(15.40%), 리가켑아이오(2.42%), HLB(0.11%), 삼천당제약(2.99%), 보로노이(8.39%), 케어젠(5.08%) 등 제약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오름세로 출발했던 원익IPS(-0.33%), 유진테크(-4.26%), 심텍(-2.71%), ISC(-0.34%), 테크윙(-1.20%) 등 반도체 소부장 종목들을 중심으로 하락 전환한 종목들도 다수 나타났다.
상승 종목이 1340개, 하락 종목은 316개, 그리고 나머지 77개 종목은 보합세였다.
임정은,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중국 매출이 거의 없는데도 3분기 실적과 4분기 가이던스 모두 컨센서스를 상회해 증시에 안도감과 기대감을 줬다"며 "AI, 반도체 낙수효과로 전력기기, 원전 등의 강세 속에 대부분 업종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밤 미국 노동통계국의 9월 고용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인데, 이는 10월 보고서는 취소되고 11월 보고서는 12월 16일로 지연돼 12월 FOMC 이전에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비농업 고용지표가 됐다"면서 "12월 금리 인하 확률이 30% 이하로 낮아진 점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외국인 매수세의 연속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