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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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단기자금 경색 등으로 외국인이 코시피 시장을 대거 이탈하는 가운데, 증권가는 엔비디아의 실적발표와 미국 행정부의 셧다운 해소 등 실마리가 나타나면 증시 상승 모멘텀이 재개될 것으로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주 코스피 예상 밴드를 3900~4200으로 제시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금요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4107.50) 대비 153.74p(3.74%) 내린 3953.76에서 마쳤다.

지난주 증시는 엔비디아의 AI GPU 26만장 제공 기대감으로 4226.75를 기록하는 등 사상 최고점을 경신했다. 하지만, 장기화하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과 단기 자금 경색 등으로 인해 5거래일 내내 외국인들의 이탈이 나타나 지수가 하락하며 4000선을 내줬다.

이 기간 외국인은 7조7262억원 순매도했다. 10월 한 달 매수 규모(4조4407억원)를 넘어섰다. 매도 물량의 대부분은 SK하이닉스(3조7862억원)와 삼성전자(1조5715억원)다. 두산에너빌리티(4850억원), NAVER(3368억원), 한화오션(1901억원), HD현대일렉트릭(1826억원) 등 종목도 적은 물량이 아니지만 압도적인 두 종목 때문에 적게 느껴질 정도다.

반면 순매수 종목은 SK스퀘어(1792억원), LG이노텍(720억원), 이수페타시스(486억원) 등 일부에 그친다. LG씨엔에스(1937억원)를 많이 사긴 했지만, 지난 5일 블록딜 때문이며 이를 제외하면 830억여원 순매도 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식 시장은 실적시즌 이후 AI 모멘텀 공백 속 위험회피가 연출됐다"며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 자극 요인은 미국 관세의 내·외부 명분 상실 우려, 37일째 이어진 역대 최장 셧다운, 주요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 크게 세 가지"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AI가 주도주라는 기조가 변하지는 않았지만 단기적인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은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기량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조정은 강세장의 끝이 아닌 지나치게 빠른 상승 속도에 대한 시장의 소화 과정으로 생각한다"며 "현재는 냉정해진 시장이지만 기다림이 필요한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오는 19일로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증시 반등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AI 투자를 위해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알파벳은 최근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총 250덜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가. 오라클도 9월 총 18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메타 역시 250억달러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시장은 이같은 과도한 차입 투자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고, 기업 이익도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바로 AI 거품론이다.

이를 엔비디아가 AI GPU 판매를 통한 실적으로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 증권가는 엔비디아의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54% 증가한 5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 수출이 포함 되지 않은 만큼 더 높은 실적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24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셧다운 해소도 증시 회복 요인 기대감이다. 셧다운으로 미국 재무부의 지출이 축소되면서 세입과 세출 계정(TGA, Treasury General Account) 잔고가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인 9400억달러로 증가했다. 이는 단기 자금 시장의 유동성 경색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유동성 경색을 피하기 위해 투자자들은 일단 자산을 팔아 달러 등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자산이 올들어 60% 넘게 오른 코스피다.

일단 미 상원이 합의하고 셧다운이 해소된다면 막혀있던 유동성이 금융시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도 증권 계좌에 약 88조원 규모의 예탁금을 쌓아두고 준비 중인만큼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경우 상승 모멘텀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오는 12월 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긴축정책(QT)은 공식적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이는 미국의 시중 유동성 축소 우려와 신용 위험을 제어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최근 제기되고 있는 달러 강세 우려도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이 일제히 금리를 동결하는 등 매파적 행보를 보이는 점은 국내 증시에 다소 부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BOJ)와 영란은행(BOE)은 최근 일제히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국 연준도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금리가 동결되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이 늘어나고 고환율이 지속되는 것에 영향을 받아 물가 상승률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을 축소 시키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도체 섹터에 대한 차익실현을 이루는 가운데 추가적인 자금 유입없이 바이오 종목들로 자금이 이동하는 점은 증시의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을 제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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