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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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각종 사건 사고로 물의를 빚었던 일부 건설사들이 동반성장지수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근로자 사망 사고와 산재로 신뢰를 잃으면서 협력사 상생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건설사 최우수 등급 기업이 2023년 9개사에서 2024년 5개사로 줄며 부진한 모습이었다. 여기에 '벌떼입찰' 논란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대방건설과 제일건설은 2년 연속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는 최근 제84차 위원회를 열고 '2024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동반성장지수는 기업별 동반성장 수준을 평가해 계량화한 지표로, 최우수·우수·양호·보통·미흡의 5단계 등급으로 나뉜다. 이번 평가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230곳이 포함됐다.

국내 주요 건설사의 경우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 최우수 등급 기업이 2023년 9개사에서 2024년 5개사로 줄어들며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중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는 '양호' 등급으로 분류됐다. 양호는 5개 등급 중 중간 등급으로만 놓고 봤을 땐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볼 수 있지만 이들 모두 전년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단 점을 고려하면 2계단이나 하락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올해 잇단 중대재해 사고를 일으키며 전국민적 공분을 샀다는 점이다. 이들 건설사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로 2025년 시공능력평가 10위권 건설사 가운데 나란히 줄을 세웠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곳은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건설현장에서는 7명이 숨지며 올해 전체 사망자(21명)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지난 2월 세종-안성 고속도로 9공구 건설 현장에서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당했다. 지난 3월에는 경기 평택시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작업 중 근로자 1명이 추락해 숨지고, 다른 1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이 사건 이후 15일 만인 3월 25일 충남 아산시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 현장에서 외벽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1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한 달 사이에 3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하자 주우정 대표이사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한 뒤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약속한 바 있다. 또 전국 80여 곳 공사장의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 점검에 나선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와 전국 건설 현장에 대한 대대적인 기획 감독에 착수해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현장에선 올해에만 5건의 중대재해가 반복되면서 4명이 사망했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추락사를 시작으로 4월 경기 광명 신안산선 공사현장 붕괴사고와 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 추락사가 연거푸 발생했고, 지난 7월에는 경남 함양~창녕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에 끼어 사망했다.  

"미필적 고의의 살인"이라는 대통령의 강한 질책에도 지난 8월 광명~서울 고속도로 감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정희민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포스코이앤씨의 건설면허 취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시공을 맡은 건설현장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로 사망자 3명이 발생했다. 3월 서울 제기4구역 건물 붕괴 사고 및 경기 파주 힐스테이트 운정 신축현장 추락 사고, 6월 서울 은평구 힐스테이트 메다일레 낙하물 사고 등이다. 지난 7월 붕괴된 오산 옹벽의 시공사이기도 하다. 당시 사고로 40대 운전자가 숨졌다. 특히 올해 최다 사망사고를 낸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의 자회사라는 점에서 그룹사의 안적관리 역량이 의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동반성장지수 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수는 동반위의 '동반성장 종합평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를 합산해 등급을 나눈다. 조사 기간은 각각 올해 5~8월과 4~8월로, 비교적 최근 벌어진 이슈들까지 등급에 반영된다. 평가 점수는 사회적 물의, 중대재해, 기술 탈취 등 동반성장 취지에 반하는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할 경우 감점된다.

이 가운데 대방건설과 제일건설은 올해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최하등급인 '미흡'을 받았다. 대방건설은 올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사 간 거래와 관련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약 20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대방건설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벌떼입찰 방식으로 확보한 6개 공공택지를 총수인 구교운 회장의 딸 구수진(50.01%)씨·며느리 김보희(49.99%)씨가 지분을 소유한 대방산업개발과 그 아래 5개 자회사에 전매해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일건설도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공택지 사업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인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에 대규모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약 97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한편, 건설업계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DL이앤씨, GS건설, SK에코플랜트, 삼성E&A가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특히 SK에코플랜트는 9년, 삼성물산은 6년, 삼성E&A는 5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유지하며 동반성장을 선도하는 '명예 기업'으로 선정됐다. HDC현대산업개발과 HL디앤아이한라는 지난해 양호 등급보다 한 단계 오른 우수 등급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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