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패션업계가 워크웨어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용 작업복에서 출발한 워크웨어가 일상복으로 영역을 넓히며 새로운 패션 카테고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브랜드들은 기능성과 스타일을 결합한 제품을 선보이고, B2B를 넘어 B2C 시장까지 확대하며 성장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5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워크웨어 시장 규모는 177억5000만 달러(약 24조원)로 평가됐고, 2031년에는 278억7000만 달러(약 4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6~7% 수준이다. 이중 국내 워크웨어 시장은 지난해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패션 대기업부터 신흥 브랜드까지 워크웨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코오롱FnC 의 워크웨어 브랜드 볼디스트는 '2025 스마트안전보건박람회(KISS )'에서 고기능성 워크웨어와 PPE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2020년 출시된 볼디스트는 자체 개발 소재인 '헤라크론'과 '포르페'를 적용해 고성능 제품을 선보이고, 자동차 제조업 등 산업 현장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남극내륙연구사업단과 극한지 대응 워크웨어를 공동 개발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볼디스트는 단순 소모품이 아닌 자부심과 정체성을 담은 워크웨어로, 재구매율 49%와 매출 두 배 성장세를 바탕으로 시장 확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형지엘리트의 워크웨어 브랜드 윌비워크웨어는 오는 7일까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A+A 2025 '에 참가했다. 전시 부스는 △K-워크웨어 △윌비워크웨어 △세이프가드(위드 배트맨) 3개 존으로 구성됐다.
형지엘리트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워크웨어의 위상을 높이고 브랜드 경쟁력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2022년 출시한 '시프트지(SHIFT.G )'를 통해 '유틸리티 워크웨어'를 선보이고 있다. 출근복과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기능성 중심 디자인으로 오어슬로·레미릴리프 등 글로벌 워크웨어 브랜드와 협업하며 편집숍 형태로 운영 중이다.
대한제강의 워크웨어 브랜드 '아커드'는 현장 경험을 반영한 '핸들러 워크 자켓'을 지난달 출시했다. 이 제품은 반려견 훈련사 작업복에서 착안한 아우터로, 워크웨어의 기능성과 일상복의 감각적인 디자인을 결합했다. 9개 포켓, 사이즈 조절 스트랩, 히든 마그넷 포켓 등 실용적 디테일과 가벼운 나일론 혼방, 생활방수, 하이넥으로 활용도를 높였다.
씨앤투스의 워크웨어 플랫폼 아에르웍스는 매장 확대에 나선다. 지난 6월 부산점 오픈을 시작으로 서울·경기 주요 상권에 직영점을 늘려 연내 5호점, 매출 18억원을 목표로 한다.
현재 '버틀(BURTLE )', 'TS디자인', '그레이스엔지니어스' 등 일본 대표 브랜드의 국내 총판을 맡고 있으며, 향후 자체 브랜드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매출 비중은 B2B 40%, B2C 60%로, 젊은 층 중심의 워크웨어 수요 증가에 따라 B2C 확장과 콘텐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블랙야크아이앤씨는 '블랙야크워크웨어'와 메카닉 의류 '웍스원'을 운영하며 전국 90여 개 멀티숍을 통해 B2B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했다. 형지엘리트의 '윌비워크웨어'는 무신사·크림·롯데온 등 온라인 플랫폼 입점을 통해 MZ세대와 일반 소비자까지 공략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도 '워크웨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신사는 '한땀(일하는 하루에, 한땀의 응원)'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소상공인에게 업종별 맞춤형 작업복을 제작 및 지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워크웨어가 단순히 사업장에서 입어야 하는 작업복이라는 의미를 넘어 직장과 업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W컨셉은 여성복에서도 워크웨어 열풍이 이어지며, 올가을 키 아이템으로 '프렌치 초어재킷'을 꼽았다. 19세기 프랑스 노동복에서 유래한 초어재킷은 실용적이면서도 단정한 실루엣으로 젊은 층에 인기를 얻고 있다. '러프사이드 화이트라벨', '위메농', '프리터', '하네' 등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코튼·데님 소재의 간절기용 초어재킷을 잇따라 선보였다.
업계는 워크웨어가 단순한 작업복을 넘어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관련 브랜드와 협업이 활발해지면서 패션과 산업복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본다. 또한 기존 B2B 중심 시장에 B2C 소비층이 더해지며 수익 구조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워크웨어가 이제는 기능을 넘어 스타일을 중시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브랜드 간 협업이 활발해지면서 패션과 산업복의 경계가 옅어지고, B2B 위주였던 시장이 일반 소비자 중심으로 확장되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