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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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세인 기자]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파월 의장의 발언이 매파적으로 해석되면서 국제 금값이 되레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급등한 가격 부담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까지 쏟아지며 상승 랠리가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현물 1온스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54%(19.7달러) 하락한 3640.34달러다. 이는 직전 고점인 3707.40달러에서 한 발 물러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06% 내린 3678.30달러다.

시장에서는 통상 금리 인하가 달러 약세·실질금리 하락·안전자산 선호 확대로 이어져 금값을 끌어올린다고 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현재 경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정책은 회의별 상황 판단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완화 기대감이 오히려 꺾인 것이다. 이는 10월과 12월 회의 전 나오는 물가와 고용 데이터를 보면서 금리인하 결정을 내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발언 직후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강세로 돌아섰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108%로 이번 달 들어 처음으로 이틀 연속 상승했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달러와 채권 금리가 동시에 뛰자 금값은 오히려 하락 압력을 받았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그간 누적된 상승분을 정리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졌다. 금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국제 금값 하락을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었던 상황에서 파월 발언이 매파적으로 해석되면서 달러와 국채수익률이 반등했고,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금값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은 1g당 16만8200원을 나타냈다. 전일 대비 0.49%(820원) 떨어졌으며, 지난 17일 17만1400원을 기록한 이후 이틀 연속 하락했다.

금 시세가 약세를 보이자, 국내 금통장이나 금 ETF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다소 주춤했다. 19일 TIGER KRX금현물은 전거래일 대비 0.53%(60원) 내린 1만1295원, ACE KRX금현물은 0.59%(140원) 하락한 2만3620원에 마감했다. 다행히 원·달러 환율이 오늘 1390원대까지 상승해, 국제 금값이 크게 떨어졌음에도 국내 금값의 낙폭은 크지 않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요즘 금 시장은 예전처럼 중앙은행의 매수보다는 금 ETF 자금 흐름에 더 크게 좌우된다"며 "ETF 자금이 몰리면 금값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반대로 자금이 빠지면 곧바로 약세로 돌아서기 때문에 앞으로도 과열과 진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금값 흐름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여부와 달러 강세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며 "만약 경기 둔화 우려가 커져 추가 완화 기대가 살아난다면 금값은 다시 반등할 수 있지만, 달러와 국채금리가 오르면 조정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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