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한때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이 세계 1위를 차지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LCD 시장을 중국에 내주면서 전체 점유율이 글로벌 2위로 밀려났다.
19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협회)가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를 인용해 발표한 디스플레이 점유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의 디스플레이 점유율은 54.1%로 1위, 한국은 30.6%로 2위를 차지했다. LCD 시장에서는 중국이 66.5%, 한국이 8.9%로 큰 격차를 보였으나 OLED는 한국 65.5%, 중국 34.3%로 한국이 앞섰다.
한국의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처럼 압도적인 글로벌 1위가 아니다. 그러나 OLED를 필두한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성과를 내면서 미래 전망을 밝게 만들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의 견제 속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디스플레이가 선전하면서 호실적을 기록했다. LTPO 디스플레이는 높은 주사율을 지원하면서 전력 소모가 적은 고부가 제품이다. 애플이 처음 개발했으며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이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LTPO 디스플레이는 전력 소모가 적은 만큼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배터리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아이폰을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AI를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도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서도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LED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정용, 상업용 신제품을 출시하며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세계 최초 마이크로LED TV인 '더 월'을 상업용 제품으로 출시하고 2023년에는 라인업을 대폭 확대했다. LG전자는 2020년 마이크로LED 사이니지 'LG매그니트'를 출시하며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마이크로LED의 비중은 1%대로 작은 편이다. 그러나 상업용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마이크로LED 시장규모가 2024년 2790만 달러(약 385억원)에서 연평균 93% 성장해 2029년 7억4000만 달러(약 1조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QD-OLED, W-OLED 등 차세대 OLED 기술로 명암비와 색 재현력을 높이고 더 얇은 디스플레이 제품을 내놓으며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다. 삼성과 LG 모두 프리미엄 OLED 제품으로 수익성을 높이면서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투명 OLED 디스플레이 기술도 주목해야 한다. 투명 디스플레이는 공간에 개방감을 주고 제품과 콘텐츠의 오버레이를 통해 효과적인 정보전달이 가능한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로, TV나 IT기기에 국한되지 않고 건축·인테리어·모빌리티 등 여러 응용분야에 활용이 예상되고 있다.
투명 디스플레이는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활용도가 높지만, 향후 차량용과 가정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2021년 CES에서 침대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 베드' 솔루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디스플레이가 TV, 모바일, 모니터, 사이니지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자동차와 XR 기기 등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에서는 OLEDoS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XR기기와 EL-QD, 차량용 슬라이더블 OLED, 초고휘도 아웃도어 LCD 등 다양한 신기술이 소개됐다. 특히 디스플레이 기업들에게 지속가능성이 새로운 숙제가 된 만큼 전력 소모를 줄이고 친환경 기술을 확보한 신제품을 내놓는데 주력했다.
고부가제품과 미래 신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커지는 불확실성과 중국의 위협은 우리 디스플레이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을 통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마이크로LED, 라이트필드 등 미래 시장선점을 위한 국내 연구개발 환경은 여러 가지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미국정부의 관세정책, 중국정부의 대규모 투자 등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 유지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특별법 등 제도적 기반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