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송금종 기자] 이억원·이찬진 등 금융당국의 두 수장이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해 입장차를 보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개편안으로 어수선해진 사정에 공감하면서도, 공직자로서 '상명하복'을 강조했다. 국가가 내린 결정을 따르는 건 공직자로서 의무라는 것. 앞서 독립성 악화에 대해 직접 우려를 전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대비된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억원 위원장은 이날 취임식 이후 개편안으로 혼란이 가중된 상황에 대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직개편 소식으로 여러분이 느끼는 혼란과 두려움, 인생 계획, 꿈, 가족의 삶 등에 닥친 불확실성을 걱정하는 마음과 무게를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공직자로서 국가적인 최종 결정이 이뤄지면 그것을 따라야 하는 것도 우리의 책무이자 의무인 것도 엄중한 사실"이라며 "조직 모양은 달라질 수 있어도 금융 안정과 발전을 통한 국민경제 기여라는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온 가치와 사명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달 초 금융위 핵심인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남은 조직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재편하는 개편안을 확정했다. 조직 해체와 세종행을 앞두고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조직 절반이 직장을 옮겨야 한다는 관측도 돈다. 금융위는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간담회를 열었지만, 이억원 위원장 발언으로 불안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론 (개편안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며 "장관의 별도 메시지를 직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진 지켜봐야 할텐데, 실망한 직원들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억원 위원장은 두 차례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다시 경고등이 켜진 가계부채를 잡아야 한다. 또한 배드뱅크 설립·스테이블 코인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취임했다. 더구나 개편안으로 생긴 불확실성 잠재우고 내부 기강을 바로 잡는 게 우선 과제가 됐다. 취임 일성으론 생산적·소비자 중심·신뢰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제시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개편안에 대해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직원들의 목소리와 궤를 같이 했다 .
노조에 따르면 이찬진 원장은 지난 12일 정보섭 노조위원장 대행, 윤태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그간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원장 이하 경영진은 깊이 공감하고, 조직 분리 비효율성, 공공기관 지정에 따른 독립성 및 중립성 약화 우려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세부 운영방안 설계를 위한 관계기관 논의 및 입법과정 등에서 조합원 및 직원들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신설, 분리된다.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금감원 노조는 독립성이 악화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개편안이 발표된 지난 8일부터 여의도 본원에서 개편안 반대 집회를 지속하고 있다. 노조는 파업도 검토하고 있다가 면담 이후로 카드는 잠시 접어둔 모양새다.
노조는 다만 개편안이 철회되기까지 투쟁을 지속할 예정이다. 노조는 이날 국회정무위원회 윤한홍 위원장을 만나 정치권의 민주적 통제 절차를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오는 17일엔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금감원과 달리 금융위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금감원은 정부 재정으로 운영되지만 엄연히 민간기구고, 노조도 있다. 금융위는 정부 조직이기 때문에 신분상 집단행동을 할 수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무원 신분이라 여러 가지 제약이 많다. 그런 걸 아니까 함부로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답답하긴 하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