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송금종 기자] "조직분리 비효율성, 독립·중립성 악화 우려 알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안 반대 시위 나흘째인 12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노조와 대면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방문이 무산되고, 대규모 파업으로 금융감독 기능이 마비될 위기에 처하자, 태세 전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신설, 금감원·금소원 공공기관 지정 등을 담은 개편안에 대해 그간 무응답으로 임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노조와 처음 면담했다. 현장엔 황선오 기획·전략 부원장보와 정보섭 노조위원장 직무대행, 윤태완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했다. 노조는 금소원 분리·신설 철회와 금감원·금소원 공공기관 지정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에 이 원장은 "그간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경영진도 깊이 공감한다"며 "조직 분리의 비효율성과 공공기관 지정에 따른 독립성·중립성 약화 우려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관계기관 논의와 입법 과정에서 조합원과 직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으로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를 우선 잠재우려는 복안이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7일 개편안이 발표되자 다음날(8일)부터 나흘 연속 로비에 모여 검은 옷을 입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노조는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
이날 예정된 IMF와의 연례회의도 화상으로 대체됐다. 당국에 따르면 IMF 측은 금감원 방문 하루 전날 취소를 통보했는데, 이번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IMF 권고로 독립기구로 출범했다. IMF는 당시 신설통합감독기구는 운영 및 예산 자율성과 충분한 권한이 부여된 독립기구로 설치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금감원 노조는 개편안이 IMF 권고에 역행한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독립성이 결여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조직 개편안에 계속 대응할 방침이다. 내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민의힘과 토론회 개최도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