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재해에 대한 엄중 처벌을 예고하면서 그룹 오너일가에서도 안전을 직접 챙기는 분위기다. 특히 오너가 3, 4세에게는 안전사고 예방이 경영활동을 위한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뻔히 폐쇄공간에 들어가면 질식사한다는 보도가 나오는데도 안전장비 없이 들어가 질식사하는 사고 등이 계속 발생한다. 건설 현장에선 추락사가 계속 발생한다"며 "조금만 조심하면 피할 수 있는 사고가 많은데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또 앞서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도 "안전이라는 것은 당연히 해야될 의무이지 이것을 비용으로 생각해 아껴야겠다 생각해선 안된다"며 "돈보다 생명이 귀중하다는 생각을 모든 사회영역에서 다시한번 되새겨 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대통령 취임 이후 산업재해에 대한 엄중 처벌과 재발방지를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한국거래소는 기업이 중대 재해 발생 시 의무적으로 관련 사항을 공시하도록 하는 유가증권시장·코스닥·코넥스 시장 공시 규정 개정을 4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중대 재해가 발생했거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관련 형사처벌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공시의무를 신설하고 현황과 대응조치 등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한 경우 이를 공시하게 했다.

이처럼 산업현장 안전이 경영활동과 직결될 정도로 중요성이 커지면서 그룹 오너가 직접 산업안전을 직접 챙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지난 4일 계열사 현장점검을 진행하던 중 HD현대삼호조선소를 방문해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회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임직원의 생명을 최우선에 두겠다"라고 말했다. 또 "리더의 결정과 행동이 안전문화 확립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전 사업장에서 중대재해를 '제로'로 만들 때까지 현장 중심의 경영을 이어나가 달라"고 경영진에 당부했다.

HD현대는 조선 부문에 2030년까지 5년간 약 3조5000억원 규모의 안전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예산은 선진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전 시설물과 설비를 정비·확충하는데 사용된다. 또 임직원 안전 인식 개선, 협력사 안전 지원 활동 등에도 충분한 예산을 배정해 전사적인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과 GS건설 본사 사옥 (사진=GS건설)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과 GS건설 본사 사옥 (사진=GS건설)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3일 서울 성동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직접 사과문을 냈다. 앞서 지난 2023년 7월 인천 검단 아파트 공사현장 주차장 붕괴사고 당시 회사 명의로 사과문을 낸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당시에는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사과문이 게재돼 사고에서 사과까지 일주일의 시간이 걸렸다. 이번 근로자 추락사고는 사고 발생 같은 날 오후에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이 나간 것이다. 

허윤홍 사장은 사과문을 통해 "회사는 해당 사고 현장의 모든 공정을 즉시 중단하고, 모든 현장의 안전 점검 및 위험 요인 제거를 위한 전사적 특별 점검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는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의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건설사에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과했다.

기업의 이 같은 대응은 이 대통령이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면서 경영활동뿐 아니라 기업의 운명에도 영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6일 휴가 도중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사망사고를 보고받고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며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예방 가능한 사고는 아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당시 포스코이앤씨는 정희민 대표이사가 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뒤 송치영 사장으로 교체됐다. 이후 전 사업장에 공사를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진행했다. 이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행법상 건설면허를 취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면허취소는 피해가게 됐지만, 포스코이앤씨는 현재도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안전관리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경영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처벌 강화 대신 사전예방 중심으로 법과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중대재해 예방은 기업뿐 아니라, 사업장 모든 구성원의 책임의식 강화와 협력이 있을 때 실현될 수 있다"며 "지금은 새로운 제재수단 마련보다 안전규제와 예방사업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현장 안전활동이 자율적·체계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을 정부가 집중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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