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1년 넘게 중단됐던 해외주식 주간거래가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는 금융당국과 협의한 후 구체적인 재개 시점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낮 시간에도 미국 등 주요 해외 증시 종목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된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9일 오후 미국 주간거래 관련 증권사 실무자 회의를 열고, 거래 재개에 찬성하는 증권사들의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이달 내 재개 시점을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 대체거래소(ATS)인 블루오션과 협약을 맺고 주간거래를 중개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블랙먼데이'를 맞아 아시아 증시가 폭락하면서, 블루오션은 오후 2시45분 이후로 들어온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이로 인해 19개 증권사 약 9만 계좌에서 거래가 취소됐고, 해당 거래금액 규모는 6300억원에 달했다.
이후 블루오션 측의 미흡한 대응에 국내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지난해 8월16일부터 블루오션과의 거래를 무기한 정지하고, 미국 주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거래소 관계자들이 국내를 방문하면서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재개 시점에 대해서 아직 결정된 바가 없으며, 확정될 경우 별도로 안내를 할 예정"이라며 "처음 주간거래를 중단했을 때부터 한 곳이 막히면 다른 곳을 통해서라도 거래가 가능하도록 백업 형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해왔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곳과 거래를 할 지는 증권사들이 개별적으로 선택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사들은 아직까지도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블루오션 외에도 문(Moon), 브루스(Bruce) 등 미국 ATS들과도 복수로 계약을 맺어 백업 기관을 갖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또 유사시 거래를 취소하고 증거금을 정산해 되돌리는 '롤백 작업'을 원클릭으로 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증권사들이 연초 신중한 입장을 보였음에도 주간 거래 서비스 재개에 나선 배경에는 나스닥 등 미국 주요 거래소들의 24시간 주식 거래 체제 도입 추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공되는 주간 거래는 나스닥이나 뉴욕증권거래소(NYSE) 같은 정규 시장이 아닌, 소수의 대체거래소(ATS)를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나스닥이 오는 2026년 하반기부터 24시간 거래를 지원할 계획이 알려지면서,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정규 시장에서 곧바로 거래할 수 있게 되면 투자자들이 굳이 대체거래소를 이용할 필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처럼 거대한 시장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안정적인 주간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투자자들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는 서비스 중단으로 인한 고정비 지출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미래 경쟁력까지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다수의 ATS들과 여러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황은 맞지만, 아직 어느 곳과 계약을 진행할 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지난해와 같은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에 신경써서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