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뚫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까지 치솟을 수 있단 관측이 나오면서 금융지주사들도 자본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이날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거래일보다 5.3원 내린 1466.6원을 기록했다.
원화 환율은 지난달 31일 1472.9원에 주간 거래를 마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이날 오전까지 3거래일째 1470원대를 이어갔다. 오는 2일(현지시간) 미국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한국이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오는 4일로 지정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 환율이 다시 낮아지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날은 1460원대로 떨어지며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국이 상호관세 대상에 포함된다면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고 이는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른 달러 강세도 예상된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4월 예고된 무역분쟁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은 안전통화인 미 달러에 대한 선호도를 높일 것이고, 미국과 여타 국가들의 펀더멘털 격차가 벌어지는 점도 미 달러 강세를 유도할 듯하다"며 "원·달러 환율은 2분기까지 미 달러 강세 기조에 연동해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불확실성 확대 시 환율 상단은 1500원 내외로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향하면서 금융지주사들의 자본비율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환율이 오르면 신용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할 수 있어서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값이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의 경우 통상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자기자본비율이 0.01~0.03%p(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직후 환율이 급등한 영향으로 대부분의 금융지주사들이 4분기 CET1비율 하락을 경험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사 8곳의 CET1비율은 12.87%로 전분기 말(13.03%)보다 0.15%p 하락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KB금융지주가 13.84%에서 13.53%로 0.32%p, 신한금융지주가 13.17%에서 13.06%로 0.11%p, NH농협금융지주가 13.11%에서 12.44%로 0.67%p 각각 하락했다. 이 밖에 △BNK금융지주 0.03%p↓(12.31%→12.28%) △DGB금융지주 0.05%p↓(11.77%→11.72%) △JB금융지주 0.51%p↓(12.71%→12.20%) 등을 기록했다.
고환율은 금융지주사들의 밸류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금융지주사가 CET1을 기반으로 밸류업 계획을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계속 오르면 적극적인 주주환원도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앞서 KB금융과 신한금융은 CET1 13%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을 추가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는 밸류업 계획을 밝혔고, 하나금융도 CET1을 13.0~13.5% 범위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우리금융은 현재 12% 초반대 수준인 CET1을 올해 말까지 12.5%로 끌어올리겠단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비율이 당국 권고치를 상회하고 있고 그동안 안정적으로 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환율이 급등한다고 하더라도 자본력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문제는 주주환원을 계획대로 하기 어려워진다는 데 있어서 자본 여력을 높일 여러 방안이 고민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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