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OK금융이 추진했던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 인수합병(M&A)이 결렬되면서, 업계 자율을 통한 구조조정을 유도하려던 당국의 계획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3월 저축은행업계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인수·합병 허용 대상 저축은행의 범위를 2년간 한시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수도권 저축은행도 예외적으로 인수·합병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이 결렬되면서 인수·합병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의 인수 시도가 무산된데다가 저축은행 업계 업황을 감안할 때 당분간 새로운 인수자가 나올 가능성이 낮아져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OK금융이 상상인·페퍼저축은행을 인수·합병하기 위한 협상이 결렬됐다.
상상인그룹은 OK금융에 인수 협상 중단을 알린 데 이어 최근 OK금융이 페퍼저축 인수를 최종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 조율과 주식매매계약(SPA) 계약을 앞두고 인수가 협상에 난항을 이어오다 최종 무산됐다.
OK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업권의 M&A 규제를 완화하기 전부터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협상을 진행해왔다. 작년 말부터 양 저축은행의 인수 검토를 시작했고 올해 들어서 실사 과정을 마쳤다.
서울과 충청, 전라 3개 권역의 영업권을 확보한 OK저축은행에다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수도권 전체(경기·인천)까지 영업권을 확대할 수 있어서다.
총자산 규모도 확대돼 업계 1위도 넘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올해 1분기 기준 상상인저축과 페퍼저축의 총자산은 각각 2조3165억원과 2조7637억원으로, 인수 합병 시 약 18조7414억원에 달하게 된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두 저축은행과 인수 합병 논의가 무산된 것이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저축은행업계 전반에 불황이 지속된데다가 우발채무 우려마저 크다보니, 인수가에 대한 시각차가 컸을 것으로 분석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건전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올해 1분기 상상인저축은행 연체율은 21.39%에 달해, 전년 동기(19.05%)와 비교해 2.34%p 올랐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동기간 24.27%에서 27.00%로 올랐다.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9.00%로 평균치 대비 높은 수준이다.
상상인그룹은 서둘러 다음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에 문제가 생기면서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지분 90%를 매각해야 한다. 금융위는 지난 2023년 10월 상상인그룹의 지분 22.67%를 보유중인 유준원 대표의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 같은 명령을 내렸다.
대주주 적격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근 3년간 직무정지나 정직 조치를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는데, 유 대표는 2019년 1월 불법 대출 혐의로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은 유 대표가 전환사채(CB) 발행 과정에서 발행사들이 저축은행에 담보를 제공하고 받은 대출에 전적 의존했음에도 담보 제공 사실을 공시하지 않아, 사기적 부정거래를 일으킨 공소사실을 유죄 판결했다. 유 대표는 징역 4년과 벌금 185억4900만원이 선고됐으며, 1억2000여만원의 추징도 부과됐다.
유 대표는 항소를 제기했다. 저축은행 매각을 위해서는 협상 시간이 필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상상인그룹은 집행정지 신청으로 금융위의 대주주적격성유지조건 충족명령 및 주식처분명령 효력을 항소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하기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상인그룹은 현재 OK금융이 아닌 타 사모펀드와 투자사와 인수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상상인저축은행의 영업 환경이 개선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은 또다른 변수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13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1분기 112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380억원)와 비교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는 10개 분기만의 흑자 전환으로, 올해 상반기에도 작년과 비교해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페퍼저축은행은 자산 규모나 건전성 측면에서 다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작년말부터 순이익 개선세가 드러났고 저축은행 전체 업황도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인수를 중단하는 셈법을 택했을 수 있지만, 법적으로 일정 기간 내 매각하지 못하면 과태료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M&A가 답보 상태에 빠지자, 당국과 저축은행중앙회는 부실채권 매각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올해 상반기 1조4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처분, 연내 최대 1조5000억원을 추가 정리할 계획이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NPL 전문 자회사 'SB NPL대부'도 3분기 내 설립이 완료된다. 초기자본금 100억원 규모다. 부실채권은 자본금의 10배까지 정리할 수 있으며, 중앙회는 부실채권 1조원 매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PF 부실여신 규모는 총 21조9000억원으로, 저축은행은 이 중 3조2000억원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 3월말까지 유의·부실우려 등급으로 분류된 PF 사업장 9조1000억원 가량을 정리·재구조화 했고, 상반기 안으로 3조5000억원을 추가 구조조정해 총 12조6000억원은 정리된 상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권 차원에서 대형사의 M&A가 무산된 점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다만 하반기에는 당국과 중앙회의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가 가시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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