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국내 식음료 및 유통업계가 연이은 역대급 폭우와 폭염으로 공급난과 품질 관리 위기에 직면했다.
주요 농산물은 생산량이 급감하고, 가축 및 수산물 폐사까지 겹치면서 원재료 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고온다습한 환경 때문에 곰팡이 발생 등 변질 사례도 잇따르고, 일부 업체는 사전 비축 물량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제품 판매 자체를 중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최근 변질 우려로 '성수바게트 페퍼로니피자', '유어스 굿다리', '고단백저당 스콘 2종' 등 3개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성수바게트 페퍼로니피자에서는 곰팡이가 발견됐고, 나머지 제품도 폭염에 따른 안전 문제로 판매 중단이 결정됐다.
오리온, 풀무원 등에서도 곰팡이 발생으로 전량 회수 조치가 있었으며, 업계는 제품 생산상의 공정보다는 제품이 외부에 노출된 이후 폭염과 폭우 등 고온다습한 기후가 곰팡이 발생 확률을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재료 자체의 공급에도 차질이 커지고 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이달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5~10% 감소했다. 젖소는 고온 스트레스에 약한데, 기온이 27도 이상이면 사료 섭취량이 줄고, 32도 이상이면 우유 생산량이 20% 넘게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서울우유은 기존 집유량이 100톤 가량 줄었고 매일유업도 전달보다 5~1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생크림 제품 생산 역시 줄면서 카페 등에서 생크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축산·수산업계 피해도 심각하다. 5월 20일부터 7월 21일까지 가축 폐사 두수는 99만8203마리(돼지 4만891마리, 닭 등 가금류 95만7312마리)로, 지난해 동기 4만9252마리보다 20배 증가했다. 21일 하루에만 전국적으로 4만5000여마리가 폐사 했다. 지난해 두 달 동안의 폐사 규모(4만9252마리)에 맞먹는 수준으로 이후 폭염이 더 심해지며 피해가 계속 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예년보다 보름 빨리 고수온 위기경보 '경계'를 발령하고, 어류 긴급 방류와 수온 추적 관리에 나섰다. 양식광어 등 실제 폐사신고도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해 고수온 양식업 피해액은 1430억원에 달했다.
이런 영향으로 농·수·축산물 시세가 급등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119.77로 전월 대비 0.1% 상승했고, 배추(31.1%), 돼지고기(9.5%), 달걀(4.4%), 쌀(3.4%) 등 주요 품목 가격이 크게 올랐다.
유통업계도 비상 수급 체제에 나섰다. 편의점들은 식품 안전을 위해 콜드체인, 제조시설 등 특별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GS25는 신선식품, 간편식류 제조공장 불시점검을 진행하고 있고, 세븐일레븐은 온도에 민감한 상품군을 저온물류로 전환하는 한편 차량 내 냉기 유출 방지도 강화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들은 수박·복숭아·배추 등 주요 여름철 품목의 산지를 고지대로 확대하고, 대체 산지 물량 확보에 총력이다. 강원도 양구, 경북 봉화 등 해발 300m 이상 고지대에서 재배한 과일 물량을 지난해보다 최소 20%, 많게는 두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기후 변화의 영향에 대비해 수박과 복숭아의 주요 산지를 고지대로 확대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유지를 위해 전사 차원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폭우로 인해 수박, 복숭아, 딸기 등을 재배하는 하우스가 크게 손상되거나, 묘목을 키우는 육묘장이 물에 잠기는 피해가 적지 않다"며 "특히 겨울철에 수확하는 딸기는 올해 출하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