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브리핑에서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8월 1일부터 예정된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되고, 자동차 등 주력 수출 품목의 관세도 15%로 낮아진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우리 기업은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위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되었고, 추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및 의약품 관세도 다른 나라와 불리하지 않게 적용받을 전망이다.

김 실장은 "미국이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국내 쌀과 쇠고기 시장은 추가로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협상에는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업 협력 펀드와 20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원전·이차전지·바이오 펀드 등 총 3500억달러 한미 대미 투자펀드가 포함되며, 이들 펀드는 대부분 대출이나 보증 위주로 운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실장과의 일문일답]

-한미 정상회담 날짜가 잡혔나.

(트럼프 대통령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다음 주라도 날짜를 잡아라'고 했다는데, 대통령 일정이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2주 내로 됐고 외교라인에서 구체적 날짜와 방식을 협의하게 될 것이다.

-이번 관세협상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반출, 방위비 무기 협상 등은 포함 안 됐나.

△그건 별개의 이슈이고 같이 다뤄지지 않았다. 고정밀 지도, 농축산물 등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제일 많이, 제일 일찍 논의한 분야인데 이번에는 통상 위주로 신속하게 급진전하면서 그건 우리가 방어한 것이다. 그쪽에 대한 추가적인 양보는 없다. 이번 딜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주가 돼서 했다. 그래서 통상 분야 중심으로 이뤄졌고, 안보 등 문제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 같다.

-쌀, 소고기 개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맞다. 개방이 아니다. 미국은 소고기 30개월 월령 제한을 두는 나라가 전 세계 3개뿐이라고 얘기하지 않나. 우리는 미국 소고기 수입 1위 국가가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당연히 고성이 오갔을 것이고, 우리 정부 내에서 협상 전략이 오갈 때도 부처 간에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판단할 때는 농축산물이 가진 정치적 민감성, 역사적 배경을 충분히 감안해 추가개방 막는 데 주안점을 뒀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글에는 농산물도 포함이 됐다.

△정치 지도자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협상을 책임진 각료들과 나눈 대화인데 농축산물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고, 합의된 게 없다. 농업 분야는 99.7%가 개방돼 있고 0.3%, 10개 내외 종목만 유보돼 있다. 우리는 늘 그렇게 주장했고, 미국 측도 상당히 공감해서 특별히 문제 되지 않는 딜을 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내가 지정한 대로'라고 표현했는데, 일본도 펀드 구성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합의된 게 없어서 다들 설명이 다르다. 우리는 일본 펀드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모든 정보를 양쪽에서 얻으려 했고, 우리 개별 외교라인을 통해서도 그랬고, 조현 외교부 장관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만나서 추가로 들었고, 분석할 만큼 했다. 저도 한 펀드 한다. 금융위원장도 와서 머리를 맞댔고 통상 변호사를 불러서 분석했다. 많은 정보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안전장치를 (일본에 비해) 훨씬 더 많이 포함했다.

-자동차 관세와 관련해 한국이 기존에 누리던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는 사라지나.

△맞다. 우리는 당연히 12.5%가 맞는다고 마지막까지 주장했다. 저는 끝까지 주장했는데, 여러분이 미국식 의사결정과정에 대해 들었겠지만, (미국 측에서) '우리는 이해하는데 대통령은 모두 15%다'라고 얘기했다. 그걸 하려고 하면 여러 틀이 흔들린다. 저희는 마지막까지 12.5%가 맞는다고 주장했다. 말씀대로 FTA라는 게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 미국 관세와 관련해 각 나라에서 벌어지는 협상을 보면, 세계무역기구(WTO)나 FTA 체제와 다른 방식으로 전개가 되고 있다. 아쉬운 부분이다. 최선을 다해서 12.5%를 주장했지만, 유럽 같은 경우도 다 15%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일에 추가로 요구한 것이 있나. 결과에 대해 아쉬움은 없나.

△협상이라는 건 당연히 다 만족한다고 할 수 없고, (자동차) 12.5% 관세가 관철되지 않은 게 아쉽다. 조선업 펀드는 일종의 특화 펀드여서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해도 되는 것이었다. 조선업을 키울 수 있다는 쪽으로 얘기하면 일반펀드 규모가 줄어드니까 그렇게 했는데, 미국이 그렇게까지는 투자가 나오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명한 영역이다. 일반 펀드가 2천억 달러에 조선 특화 펀드가 1500억 달러인데, 내역이 세분돼있지 않지만, 우리가 1500억달러로 이해한다는 것은 미국도 안다. 일반 펀드는 미국이 구매를 보증하거나, 안전한 분야에 투자한다거나,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분야로 해야 한다는 표현은 사실 없다. 여러 안전장치를 뒀지만, 열려 있는 펀드여서 그 범위를 줄였으면 했다.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 앞에 가기 전에 내세운 숫자가 있었다. 우려를 많이 했다. 일본과 협상에 관해 알려진 그런 상황까지 가면 어떻게 하나, 이런 걱정을 하면서 리허설하고 마음 졸이면서 회의했다. 당연히 러트닉 장관과 잠정적으로 합의한 안보다는 다소 늘어났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꽤 질서 있게 이뤄졌다고 본다.

-온라인플랫폼법이나 AI(인공지능) 칩 관련 협의는 없었나. 펀드는 전부 직접 투자인지.

△온라인플랫폼법, AI나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는 없다. 아무 관련 없는 이야기다. 협상 단계에선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펀드 2천억 달러 중에는 직접 투자도 일부 있겠지만 비율이 높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이 대출과 보증이라고 본다. 보증이 제일 많은 금액을 차지할 것 같고 그다음이 대출인데, 직접 투자는 비율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매우 낮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면에선 '한도'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 협상을 참고해서 펀드에 세 가지 요소가 다 포함된다는 사실을 비망록에 적어놨다.

-직접투자의 구체적 액수를 밝힐 수 있나.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모호한 게 좋다. 미국 대통령이 '셀렉트'(select·선택)를 해준다고 하니까, 사업이 오면 투자적격인지, 대출해줄 만한지, 보증할 수 있는지, 이런 것을 논의하는 단계에서 세부적으로 다뤄질 것이다.

-이차전지와 반도체, 바이오 분야별로 정해진 금액이 있나.

△정해져 있지 않다. 사업이 제안될 것이다. 말씀하신 사업 영역은 예시로 적시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메시지에는 액화천연가스(LNG) 구매가 나오는데.

△구매는 1000억 달러로 LNG와 원유, 약간의 석탄 등 주로 에너지 분야다. 이것은 통상적으로 수입하는 규모여서 무리가 없다. 이번 딜 때문에 추가로 없는 수요를 만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중동산을 미국산으로 바꾸는 정도의 구성 변화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늘, 우리 경제 규모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 수입액이기 때문에 구매에 무리가 없다.

-협상 과정에서 대통령이 특별히 주문한 것은.

△(관세협상 관련 보고는) 통상적으로 대통령께 보고드리는 것보다 훨씬 길게 받으셨다. 어제 비상경제점검TF도 대통령과 실장들의 관련 회의 때문에 10분 정도 늦게 시작했다. 대통령이 보통 1시간 전쯤 모두발언을 보고 고치시는데, 어제는 집무실에서 7층 회의실까지 걸어가면서 (모두발언을) 보셨다. (대통령이) 엄청나게 이 주제에 집중하셨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저도 오늘 새벽에 2시이건 3시이건 전화와 보고를 드렸다. 제가 여기 온 이후로 이 일만큼 그렇게 집중해서 직접 하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정말 정밀하게 다 보셨다. 국익이 최우선이다, 당당하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나머지 말씀이나 행보는 대외적으로 협상과 관련돼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강유정 대변인이 24시간 보고받는다고 한 게 그냥 한 말이 아니다.

-반도체·철강 등 품목 관세는 어떻게 됐나.

△추후 반도체나 의약품 등의 품목 관세가 있으면 다른 합의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우리도 같은 수준의 최혜국 대우를 받는 것으로 적시해놨다.

-펀드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보도가 있었다.

△구체적인 부분을 깊게 논의하기가 어렵다. 논의를 많이 했고 비망록에 정리했지만 공개할 수 없다. 우리의 이해와 기대가 무엇인지는 미국이 알고 있다. 미국 상무부의 표현을 논박할 생각은 없다. 그런 정도로 딜이 되고 있지 않고, 일본이 안 했는데 우리한테 해줄 리도 없다. 우리는 우리 방식으로 확보해놨다. 90% 부분에 관해서는 설명이 다 다르다. 원문에는 '투자로부터 이익의 90%를 '리테인'(retain·보유)한다'고 돼 있다. 백악관 '팩트 시트'(fact sheet)에 나온 이야기인데, 펀드의 구조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추론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해석하기로는 재투자 개념일 것 같다. 사업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계속 머물러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미국이 정말 좋은 사업을 추천하고, 구매 보증을 해주고 이익이 나면 계속 머무르는 것도 괜찮다.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것은, 정상적 문명국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가 물어보면 (미국 측은) 명확하게 답을 하지 않고 말이 달라지는 게 있다. 펀드가 구성되고 담당 부처와 협의하는 단계에서 구체화할 것 같다. 그때는 우리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펀드가 운용되도록 입장을 개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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