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서울 시내 은행 대출 홍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시민이 서울 시내 은행 대출 홍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8개월 연속 떨어지면서 오는 17일부터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도 떨어진다.

시장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한층 줄어들 전망이지만, 자칫 가계빚 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당국은 은행 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보다 철저한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5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2.63%로 전월(2.70%)보다 0.07%p(포인트) 하락했다고 16일 공시했다.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2022년 8월(2.96%) 이후 2년6개월 만에 2%대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2022년 6월(2.38%) 이후 2년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코픽스도 빠르게 떨어지는 흐름이다.

잔액기준 코픽스와 신잔액기준 코픽스도 일제히 하락했다. 5월 잔액기준 코픽스는 전월(3.22%)보다 0.08%p 떨어진 3.14%를 기록했다. 잔액기준 코픽스는 지난 2023년 11월부터 1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5월 신잔액기준 코픽스는 2.71%로 전월(2.76%)보다 0.05%p 하락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되거나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지난달 코픽스가 하락한 것은 은행 예·적금과 은행채(6개월물) 등 수신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과 5월까지 네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은행들은 앞다퉈 예·적금 금리를 낮춰왔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국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가중평균 금리는 2.73%로 2022년 6월(2.73%)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는데, 은행들이 지난달에도 예금금리를 인하한 만큼 이 수치는 더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에만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주요 예·적금 금리를 각각 0.1~0.3%p, 0.2%p씩 낮췄다.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금융채) 6개월물(무보증·AAA) 금리 역시 4월에는 2.6~2.8%대를 유지하다 5월 2.5~2.6%를 이어갔고, 6월 들어서는 2.5% 초반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날 코픽스가 하락하면서 이와 연동된 주담대 변동금리도 오는 17일부터 낮아진다. 코픽스를 변동형 주담대 지표로 삼는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중 최고금리는 연 5.88%(농협은행·신규코픽스), 최저금리는 연 3.33%(농협은행·신규코픽스)로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 (자료=각 사)
5대 시중은행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 (자료=각 사)

은행별 주담대 변동금리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국민은행은 기존 연 4.09~5.49%에서 연 4.02~5.42%로 최고·최저금리가 코픽스 하락분만큼인 0.07%p씩 하향조정된다. 우리은행도 연 4.01~5.51%에서 연 3.94~5.44%로 상단과 하단이 0.07%p씩 내려간다. 농협은행은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연 3.38~5.93%에서 연 3.33~5.88%로 하락한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도 하락한다. 국민은행의 경우 금리가 연 4.49~5.89%에서 연 4.44~5.84%로, 우리은행은 연 4.27~5.77%에서 연 4.22~5.72%로 상단과 하단이 모두 0.05%p씩 하향조정된다.

금리 하락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실제 5대 은행의 지난 1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0조792억원으로 지난달 말(748조812억원) 대비 1조9980억원 늘었다. 불과 열흘 만에 지난달 증가폭(4조9964억원)의 절반 가까이 늘면서, 이달 가계대출 증가폭이 5조원을 크게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의 가계대출 급증세는 새 정부 들어 집값 상승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데다 다음달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를 앞두고 막차 수요가 쏠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가계대출이 크게 튀는 모습을 보이자 금융당국은 이날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주요 은행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들을 소집,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는 최근의 집값 상승과 맞물려 대출 수요가 과열되진 않았는지를 중점 점검하고, 은행권에 총량관리 강화를 주문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최근 일부 은행들이 스트레스 DSR 규제 강화를 앞두고 공격적인 대출영업을 벌임에 따라 월별·분기별 대출 공급 목표치를 초과하진 않았는지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들어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월별·분기별로 관리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관리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보는 자리였다"며 "새 정부 들어 가계대출이 급격히 튀는 흐름이 이어지면 안된다는 인식이 있어 당분간 은행들도 다시 가산금리를 인상하거나 대출 조건을 강화하면서 총량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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