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 대표하는 주요 대기업들은 6월이 되면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상반기 경영 성과를 점검하고 하반기 계획을 수립하는 자리다. 올해 기업들의 하반기 전략회의는 예년과는 다를 전망이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조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고, 새로운 정부가 이제 막 출범했다. 새 정부는 이전과 다른 경제정책 기조로 경제 위기를 끝내고 성장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내세우고 있다. 기업들 역시 이러한 정부 기조에 맞춰 하반기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에서는 국내 상위 8개 그룹이 하반기에 어떤 경영전략을 세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은 공교롭게도 '전기차'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태동기에 비하면 현재 많이 정체된 상황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시장도 침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결국 자동차가 전동화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전동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분위기다. LG 역시 그룹 전체가 나서서 전장사업에 역량을 집중한 기존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주도권 탈환에 속도를 내면서도 ESS 등 신사업에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외 시장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두 회사는 새로운 활로를 찾는 대신 선택과 집중으로 정면돌파 하려는 움직임이다. 

HMGMA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그룹)<br>
HMGMA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그룹)<br>

◇ 현대차그룹, 글로벌 시장 권역별 대응 전략 마련 '숙제' =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이달말 해외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고 글로벌 시장 대응 전략을 마련한다. 북미와 유럽, 아세안 등 권역별로 시장 이슈가 다른 만큼 현지 사정에 맞춰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먼저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조정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IRA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53석으로 다수당을 확보하고 있지만, 감세 법안에 대한 반발이 있는 만큼 공화당 내 이탈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트럼프의 감세 법안에 대해 공화당에서 3표 이상 이탈표가 나오면 법안은 통과되지 못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을 개최하고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연간 50만대 생산이 가능한 해당 공장에서는 전기차 외에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병행해 현지 시장에 대응한다는 게 회사 측 방침이다. 

유럽에서는 탄소규제가 확대되는 만큼 전기차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신규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상한선을 단계적으로 낮춰 2035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맞춰 현대차그룹은 캐스퍼 일렉트릭 등을 앞세워 유럽 내 전기차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세안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친환경 모빌리티의 주도권을 확보한 만큼 이를 더욱 공고히 할 전기차 확대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현대차는 베트남에서 16.5%의 점유율을 차지해 도요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며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그룹이 보는 올해 경영환경은 밝지 않다"며 "그룹 전체가 지닌 역량을 집요하게 결집해 성과를 연결시켜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5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한 (주)LG 구광모 대표(가운데), LG화학 CEO 신학철 부회장(왼쪽), (주)LG COO 권봉석 부회장. (사진=LG)
지난 3월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주)LG 구광모 대표(가운데), LG화학 CEO 신학철 부회장(왼쪽), (주)LG COO 권봉석 부회장. (사진=LG)

◇ LG, 전장·배터리 중심 위기 돌파···"선택과 집중" = LG그룹은 상반기 전략보고회를 생략하고 권봉석 ㈜LG COO 주재로 계열사별 점검회의를 통해 하반기 투자 방향을 결정한다. 앞서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 3월 사장단 회의를 통해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사업 구조·방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당시 구광모 회장은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 '진입장벽 구축'에 사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자본의 투입과 실행의 우선순위를 일치시켜야 하며, 이는 미래 경쟁의 원천인 R&D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기존의 캐시카우인 전장과 배터리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신사업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장사업에서는 LG전자 VS사업본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차량 부품 공급부서로 역할하던 VS사업본부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부품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본부로 거듭났다. GM과 폭스바겐, 테슬라 등에서 수주한 부품 생산과 납기 일정이 하반기에 본격화되면서 매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VS사업본부는 1분기 매출 2조8432억원, 영업이익 1251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부품 기업들 역시 차량용 제품으로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차량용 디스플레이 점유율 글로벌 5위를 차지한 가운데 올해는 제조원가를 낮춰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대해 "차별화된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내 선두 지위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이노텍은 지난달 말 5G 광대역 위성통신이 가능한 차량용 통신모듈을 세계 최고로 개발했다. LG이노텍은 내년 1분기까지 해당 모듈을 양산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다라 하반기에는 북미, 일본의 자동차 기업들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펼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트럼프 행정부의 IRA 폐지 시도에 따라 신사업 발굴이 절실해졌다. 구광모 회장 역시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사업을 직접 언급하는가 하면 이달 초에는 인도네시아의 배터시 생산공장을 직접 방문할 정도로 배터리 사업을 챙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외에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 프랑스에 연간 2만톤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짓는다. 이를 통해 유럽에 폐배터리 재활용 거점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에도 역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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