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신동빈(70) 롯데그룹 회장이 5년 만에 롯데쇼핑의 사내 등기이사로 복귀하면서 책임경영과 기업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의 필수로 자리 잡은 이커머스 사업을 재편해 론칭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는 '롯데온'의 흑자 전환 발판을 마련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식료품 전문 애플리케이션(앱) '제타(ZETTA)'도 새롭게 선보이며 관련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쇼핑은 경기 불황, 일부 사업 부진 등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2015년 29조1276억원이던 매출액은 매년 감소해 지난해 13조9866억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같은 기간 영업익도 8537억원에서 4731억원으로 줄었다. 1년 전 매출과 영업이익과 비교할 경우 각각 3.9%, 6.9%씩 감소했다.
현재 롯데쇼핑은 수익 대부분을 백화점 부문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의 영업이익 중 86%(4061억원)는 백화점에서 나왔다.
그러나 지속되는 소비 침체와 맞물려 고급 의류, 화장품 등의 매출이 줄고 있는 데다가, 필수 소비재는 온라인 구매가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다. 상황이 이렇자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6월 전국 매장 중 매출이 가장 낮은 마산점을 폐점했고, 부산 센텀시티점 등을 포함한 10여 개의 점포를 정리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 업계는 이커머스 사업이 앞으로 유통 기업의 매출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모바일 등장 등에 따른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바뀌면서,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쇼핑을 압도하고 있어서다. 신 회장 역시 내수 침체를 극복할 방안으로 '이커머스 부상'과 '해외 시장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앞서 롯데쇼핑도 2018년 이커머스 사업부를 신설하고 온라인 사업을 추진했다. 3조원이라는 금액을 투자해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을 선보였고,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그러나 롯데온은 출시 5년이 된 지금도 시장 점유율이나 매출 면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면서, 2020년부터 현재까지 누적된 적자만 약 5000억원에 달한다. 다른 경쟁 플랫폼과 비교해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어 신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 매출은 1198억원으로, 롯데쇼핑 전체 매출에서 1%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지난달 5년 만에 롯데쇼핑 사내 등기이사로 복귀한 신 회장은 오프라인 부문 관리와 함께 이커머스 플랫폼 체질 개선을 통한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온의 e그로서리(신선식품) 사업부를 롯데마트로 이관하는 한편 이달 초 '롯데마트 제타' 앱을 새롭게 선보인 게 대표적인 행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신선식품 온라인 장보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함에 따라 e그로서리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에 나섰다"고 말했다.
제타의 핵심 경쟁력은 AI 기반의 유통 자동화 시스템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이 적용된 물류센터 6개를 설립하고, △상품 이동 △보관 △분류 △포장까지 전 유통 과정에서 완전한 콜드체인 시스템(냉장·냉동 물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새벽부터 심야까지 두 시간 단위로 배송 시간대를 운영해 최적의 상품 신선도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AI 기반 고객 개개인의 구매 성향에 맞는 쇼핑 환경(인터페이스)도 고도화해 나갈 방침이다. 고객이 합리적 소비를 하게 도움을 주는 일명 'AI 장보기' 콘셉트다.
반면 롯데온은 뷰티, 패션 분야에 힘을 실으면서 지속해서 거래액이 신장하고 있는 버티컬 전문관(특정 부문에 깊이 있는 제품) 사업을 강화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또 수익성 제고를 위해 수익성이 낮은 가격 고정형 상품 비중을 10% 미만으로 낮춘다. 익일 배송 서비스인 '내일ON' 가능 제품을 지난 3월 기존보다 2배 이상 확대했고, 풀필먼트 부문(고객 주문 처리)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롯데마트로 이관한다.
아울러 롯데그룹은 계열사들을 동원해 롯데온의 방문자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3월 롯데온이 선보인 그룹 내 12개 기업의 혜택일 한곳에 모은 멤버십 플랫폼 엘타운(L.TOWN)이 대표적인 예시다. 롯데온은 여타의 이커머스 플랫폼처럼 외부 제품 또는 식료품 공략 대신 롯데 제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변화를 줬다.
이 외에도 이달 온라인쇼핑 페스타인 롯데온 '온쇼페'를 진행하며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 롯데호텔 등 비유통 계열사까지 총출동해 롯데온에 힘을 실어줬다. 그룹이 보유한 브랜드 자산을 결집한 첫 온라인 통합 행사인 데다가, 신 회장이 복귀한 직후 단행된 첫 유통 계열 통합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 같은 노력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롯데온 측은 행사 시작 전부터 전년 대비 트래픽과 매출이 급성장을 보이며, 2023년 이후 최고 성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발표를 보면 롯데온의 3월 순 이용자 규모는 약 250만명으로 반년 전과 비교해 약 30만명가량 급증했다. 경쟁 관계인 신세계의 SSG닷컴과 비슷한 수준이다.
적자 폭도 매년 빠르게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2년만 해도 1500억원에 달했던 롯데온의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 600억원대까지 줄었고, 증권가에선 올해 손실 규모가 200억원 미만으로 줄어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복귀로 기존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 만큼, 회사가 진행 중인 사업 재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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