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온·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신선식품 시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소비 침체로 구매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필수 소비재인 식품은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해 각 사가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신선식품 전문 기업 컬리는 최근 프리미엄관 '더퍼플셀렉션'을 선보였고, 롯데쇼핑은 신선식품 전문 애플리케이션 '제타'를, 이마트는 산지 직송 서비스 '오투더홈'을 출시하며 맞서고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매출이 증가한 유일한 영역은 '식품'이었다. 오프라인에서는 패션·가전 판매 부진에 따라 작년 동기 대비 백화점(-2.1%)과 대형마트(-0.2%) 매출이 모두 줄었지만, 식품은 2.7% 늘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 식품 매출은 19.4%나 뛰었다.
신선식품 매출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과거에는 신선식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유통망 개선으로 온라인 신선식품 품질이 오프라인 매장 수준으로 높아지고 1~2인 가구 증가 등과 맞물려 온라인 구매 수요가 크게 늘었다. 실제로 지난해 농·축·수산물의 온라인 거래액은 12조8294억원으로, 2019년 3조7230억원 대비 3배 넘게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해서도 17.2% 늘었다.
온라인 유통의 선두인 쿠팡은 최근 신선식품 영역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19년 신선식품 전문 로켓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도입할 당시만 해도 쿠팡의 신선식품 매출 규모는 미미했으나, 2020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이에 쿠팡은 올해 초 고급 신선식품 브랜드인 '프리미엄 프레시'를 내놨다. 쿠팡이 산지 환경부터 생산 및 유통 과정까지 직접 관리하고 매입한 상품만 선보인다. 과일·수산·채소의 경우 품질·크기 등 쿠팡이 정한 프리미엄 기준을 충족한 상품에만 '프리미엄 프레시' 라벨을 따로 부착해 판매한다.
쿠팡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신선도, 품질에 맞춰져 있는 만큼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 선보인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또 쿠팡은 신선식품 중 가장 판매율이 높은 과일의 경우 지난해 매입 규모가 2021년 대비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식품 배송이 본업인 컬리는 쿠팡에 맞서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컬리는 최근 정육, 수산, 과일, 채소, 쌀, 건·견과 등 6개 카테고리 300여개 상품으로 구성한 신선식품 프리미엄관 더퍼플셀렉션을 따로 열었다. 이곳에선 한우 1++ 중에서도 마블링 지수가 8~9 등급인 상품만 판매하고, 수산물의 경우 제철 어종별 당일 입항한 원물 중 최상급만 취급한다. 과일도 유명 산지에서 당도가 평균 +1브릭스 높은 상품만 선별해서 판매 중이다.
컬리 관계자는 "기존 신선식품도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했지만, 프리미엄관에선 신선함에 더해 지속가능한 가치, 경험의 확장 등 기준을 한 번 더 부과했다"며 "강화된 상품력과 제품 큐레이션(소개)을 통해 고객 경험을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컬리는 4월 네이버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연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입점할 예정이다. 그간 컬리가 여성 위주의 고객이 많았다면 이번 제휴를 통해 전 세대, 성별을 아우르는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셈이다. 당일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배송되는 컬리의 새벽배송을 네이버에서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
오프라인 강자들도 신선식품 이커머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마트는 4월 초 영국의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와 협업해 식료품 전용 앱 '롯데마트 제타'를 출시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롯데마트 제타와 연계한 부산 자동화물류센터가 완공된다. 이를 통한 배송 경쟁력을 갖추면 온오프라인 신선식품 경쟁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롯데는 기대하고 있다.
이마트는 월 300만명이 이용하는 이마트 앱에서 산지 직송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오더투홈'을 4월 새롭게 선보였다. 이마트가 검증한 50여개 신선 상품을 주문하면 산지에서 바로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이커머스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도 식료품 특화 점포를 늘리는 추세다. 전체 점포 면적의 80~90%를 식료품에 할애하고, 즉석 음식 등을 강화해 고객 방문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롯데마트·슈퍼와 협력을 통해 채소와 과일, 정육 등 신선식품을 선보이며, 마트를 통해 검증된 상품들을 소포장 위주로 선보인다. 단가도 기존 신선식품 대비 약 5~10% 낮춘 것이 특징이다. GS25는 기존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잡곡까지 확대했다. CU는 지난달 삼겹살과 목살 등 냉장 정육 5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이커머스 기업 한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제품 선별에 대한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며 "신선도가 중요한 만큼 유통망, 배송 역량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