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달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하락으로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오는 16일부터 하향 조정돼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대출자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시장금리 하락세가 본격화하는 모습이어서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은행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서울·수도권 지역에 대한 대출관리는 강화하면서 비수도권 대출문턱은 낮추는 등 핀셋관리에 돌입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3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2.84%로 전월(2.97%)보다 0.13%p(포인트) 하락했다고 15일 공시했다.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월(2월)에는 2022년 8월(2.96%) 이후 2년6개월 만에 2%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시장금리가 상대적으로 천천히 반영되는 잔액기준 코픽스와 신잔액기준 코픽스도 일제히 하락했다. 3월 잔액기준 코픽스는 전월(3.36%)보다 0.06%p 떨어진 3.30%를 기록했다. 잔액기준 코픽스는 지난 2023년 11월부터 1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3월 신잔액기준 코픽스는 2.80%로 전월(2.89%)보다 0.09%p 하락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오르거나 내려갈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지난달 코픽스가 하락한 것은 은행 예·적금, 금융채 등 수신금리가 낮아진 영향이 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까지 세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은행들은 앞다퉈 예·적금금리를 낮춰왔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만기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 하단은 지난해 12월 말 3.15%에서 꾸준히 하락하다 현재 2.60%까지 떨어진 상태다.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금융채) 6개월물(무보증·AAA) 금리 역시 지난 2월 2.9%대에서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다 3월엔 2.8%대를 유지했다.
이날 코픽스가 하락하면서 이와 연동된 주담대 변동금리도 오는 16일부터 낮아진다. 코픽스를 변동형 주담대 지표로 삼는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중 최고금리는 연 6.06%(농협은행·신규코픽스), 최저금리는 연 3.97%(농협은행·신규코픽스)로 나타났다.
은행별 주담대 변동금리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국민은행은 기존 연 4.32~5.72%에서 연 4.19~5.59%로 최고·최저금리가 코픽스 하락분만큼인 0.13%p씩 하향조정된다. 우리은행도 연 4.20~5.70%에서 연 4.07~5.57%로 상단과 하단이 0.13%p씩 내려간다. 농협은행 역시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연 4.19~6.29%에서 연 3.97~6.06%로 하락한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도 하락한다. 국민은행의 경우 금리가 연 4.58~5.98%에서 연 4.49~5.89%로, 우리은행은 연 4.32~5.82%에서 연 4.23~5.73%로 상단과 하단이 모두 0.09%p씩 하향조정된다.
금리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달에도 예·적금 금리를 줄줄이 인하하고 있는데, 이는 코픽스 하락의 배경이 된다.
우리은행은 이날 예·적금 상품 19종의 금리를 0.1~0.25%p 인하했다. 같은 날 토스뱅크도 대표 정기예금 상품 '먼저 이자받는 정기예금'의 금리를 0.2%p 낮췄고, 케이뱅크 역시 이달 초 주요 예·적금 상품 금리를 0.1%p 내렸다. 기업은행은 오는 16일부터 예·적금 10종의 금리를 0.1~0.5%p 인하할 예정이다.
금리 하락으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가계대출 관리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하락세가 자칫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토허구역 해제 기간 급격하게 증가한 부동산 매매계약건으로 이달부터 가계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고 보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맞춰 은행들도 서울·수도권 지역에 대해 한층 강화된 요건을 적용, 대출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작년부터 가격(금리)을 통한 가계대출 관리 방식은 지양하라는 게 금융당국 기조였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라며 "대출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가 아닌 대출은 최대한 제한하는 식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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