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바야흐로 봄이다. 차창을 열고 달리기만 해도 설레는 계절, 여기에 지붕까지 활짝 열 수 있다면 감성은 더욱 풍성해진다. 지난 9일 서울 일대에서 시승한 BMW 420i 컨버터블은 싱그러운 봄바람을 만끽하기에 가장 완벽한 파트너였다.
최고 190마력을 발휘하는 가솔린 터보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호쾌한 가속감을 선사했다. 제원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8초. 살짝 느리게 느껴질 수 있지만, 봄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감각은 그 이상의 즐거움을 안겨줬다.
주행 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등 세 가지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가장 자주 사용한 모드는 스포츠였다. 고회전을 적극 활용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주행 감각을 경험할 수 있었고, 엔진·배기음도 더욱 또렷하게 들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패들시프트까지 당겨주자 반응성은 더 극대화됐다.
물론 그 느낌이 고성능 스포츠카만큼 짜릿한 것은 아니었다. 거동, 제동에서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진정한 퍼포먼스를 원한다면 M440i 또는 M4와 같은 상위 모델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420i 컨버터블은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데일리 오픈카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외관은 따사로운 봄 햇살 아래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짧은 오버행과 긴 보닛, 매끄러운 루프라인 등이 조화를 이루며 세련된 실루엣을 완성했다. 핵심 요소인 지붕은 직물 소재로 마감됐고, 버튼 하나로 손 쉽게 열 수 있었다. 완전히 개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15초였다.
지붕이 열리자 현대적인 내부가 한눈에 들어왔다. 앉은 자세는 스포츠 세단인 3시리즈보다 살짝 낮은 느낌이었고, 두툼한 스티어링 휠은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을 줬다. 디지털 클러스터와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센터 디스플레이 반응 속도는 빠른 편이었지만, 내비게이션 그래픽은 아쉬운 수준이었다. 스마트폰 커넥티비티 시스템을 활용해 별도의 내비게이션 앱을 사용하는 것이 나아 보였다. 2열 공간은 협소했다. 컨버터블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단거리 이동이나 어린아이가 탑승하기에는 무난해 보였다. 짐공간의 경우 일상적인 짐을 싣는 데에는 큰 불편함이 없었다.
가격은 약 8000만원이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매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차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 동급 수입 컨버터블과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과 완성도 모두 만족스러워, 오픈에어링 라이프를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