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대우건설이 국내 건설 경기 침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조 단위 대형 프로젝트가 예정된 만큼 해외 수주를 확대해 실적 반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올해 수주 목표액도 공격적으로 높여 잡으며 해외 수주에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국내 건설업 불황의 파고를 넘기 위해 해외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약 65%인 주택건축 매출 비중을 줄이고 해외 사업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해외 시장 확대를 강조해 온 정원주 회장은 취임 이후 직접 미국, 체코, 투르크메니스탄,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실제 대우건설의 해외 수주는 2022년 1조7745억원에서 2023년 3조1322억원으로 76.5% 증가하며 반등 조짐을 보였다. 해외 수주 순위 역시 같은 기간 8위에서 6위로 상승했다.
다만, 적극적인 해외 진출 노력에도 지난해 해외 현지 여건에 따른 주요 프로젝트 계약이 지연되면서 해외 수주 실적은 부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대우건설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대우건설의 신규 수주 실적은 9조912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13조2000억원과 비교해 다소 부진한 실적이었다. 국내 신규 수주는 9조3010억원으로 지난해 목표였던 8조4500억원을 110.1% 초과 달성했으나, 해외 수주는 6118억원으로 목표(3조500억원) 대비 20.1% 수준에 그쳤다.
올해는 지난해 기대했던 주요 해외 프로젝트들이 본격화되면서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대우건설은 올해 신규 수주 목표를 1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신규 수주액보다 43.2% 높여 잡고 수주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신규 수주 목표였던 11조5000억원 대비 23% 늘어난 수준이다.
우선, 체코 원전에 대한 최종 계약이 이르면 이달 중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발주처인 체코원자력공사(CEZ)가 협의를 진행 중이며, 이후 한수원이 팀코리아(한수원·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한전기술·한국원자력연료·한전KPS) 참가 기업들과 공사비 등을 포함한 개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시공 주간사인 대우건설의 계약 규모는 한수원과의 계약 체결 후 확정될 전망이다.
앞서 팀코리아는 지난해 7월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에 1000㎿ 규모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체코 원전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가 약 175억달러(24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형 사업으로, 시공 주간사인 대우건설에 상당한 수익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은 기존의 원자력 분야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 원전 시공 주관사 참여에 만반의 준비를 기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한전원자력연료와 국내외 원자력 사업 공동 개발 및 기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국내외 원자력 사업과 핵연료 사업에 대한 공동 연구, 기술 교류, 협의체 운영 등 상호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번 사업을 필두로 향후 발주가 예상되는 폴란드, 네덜란드, 핀란드, 슬로베니아 등 다른 해외 원전 시장에도 진출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됐다. 현재 대우건설은 폴란드 원전에도 한수원과 팀코리아로 참여 중이다.
다만, 체코 원전을 따내기 위한 과정에서 한수원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IP)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원전 수출 프로젝트당 1억5000만달러(약 2200억원)의 IP 사용료 지급과 8억달러(약 1조1700억원)의 일감 보장 약속 등 다소 불리한 조항을 수용한 것이 향후 매출 이익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은 체코 원전 사업뿐만 아니라 올해 추가적인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우건설이 낙찰자로 선정된 투르크메니스탄 화학공사로부터 약 1조원 규모 '미네랄비료 플랜트' 프로젝트의 본계약 체결이 예정돼 있다. 또 이라크 알포(Al Faw) 신항만 개발 사업(1조8000억원), 리비아 인프라 복구 사업(9000억원) 등 굵직한 파이프라인을 갖췄다. 여기에 나이지리아 인도라마 메탄올 플랜트, 파푸아뉴기니 액화천연가스(LNG) 처리 시설, 모잠비크 LNG 플랜트 등 추가적인 해외 플랜트 수주도 추진되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은 기존 도급 위주의 해외 건설 수주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도시 개발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신도시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해 8월 베트남 타이빈성에서 여의도 3분의 1 규모의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 투자자로 승인받아 신규 도시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북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를 3대 축으로 삼아 해외 도시 개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현지 관계자 및 기업인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올해 체코 원전을 비롯해 투르크메니스탄이나 이라크 등에서 지연됐던 사업들도 막바지 협상 중으로 연내 수주가 가능한 데다 세계 여러 곳에서 준비하는 사업이나 가시화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이 활황기가 아닌 만큼 해외로 눈을 돌려 해외 수주 실적을 끌어올릴 계획이며, 실적 반등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