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국내 3대 대형마트업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국내 유통산업 재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
홈플러스가 일부 매장 폐점을 예고한 가운데,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코로나19 시기 줄였던 점포 수를 다시 재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식료품 특화'와 '창고형 매장' 등 특수 매장 개점으로 오프라인 매장만이 가질수 있는 장점을 부각시켜 소비자 유입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시장은 e커머스 성장 속에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19시기였던 2020년에도 6조3690억원을 매출을 올렸던 롯데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5조3760억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이마트의 매출은 15조4860억원에서 16조2750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 감소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매출 규모는 유지했으나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반편 e커머스의 대표주자인 쿠팡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41조원으로 국내 대형마트 전체 판매액인 약 37조원(추산치)보다도 큰 규모다.
코로나19 이후 지속되는 오프라인 소비침체에 대형마트들은 점포 수를 줄여왔다.
롯데마트는 2015년 120개이던 점포 수를 2020년 113개까지 줄여 현재 111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마트는 2020년 160개로 정점을 찍고 현재 155개, 홈플러스는 같은 기간 140개에서 126개로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최근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줄였던 점포 수를 다시 늘리는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 개시에 들어가며 일부 매장 폐점에 나서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안산선부점 △동청주점 △부천상동점 △동대문점 △대구내당점 △부천소사점 △순천 풍덕점 △신내점 △부산반여점 등에서 추가 폐점이 예정돼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건물주와 협의 시 일부 매장은 재입점한다는 방침이다.
대형마트 3사가 보유한 매장 상권이 대부분 겹치는 상황에서, 점포 수는 '바잉 파워'(구매력)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나머지 두 마트에 일부 소비자 유입 효과 등 반사이익이 있을 수 있다"며 "소비자가 즐겨 찾게 되는 곳일수록 좋은 상품 소싱이 원활하기 때문에 결국 점포에 대한 투자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커지는 e커머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추세는 식료품 특화 매장, 창고형 대형 매장, 복합 쇼핑몰 입점 등이다.
이들 매장은 마트들의 본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온라인 대비 오프라인 매장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살렸다.
기자가 방문한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은평점은 이름처럼 '그로서리'(식료품)에 특화된 매장이다.
흔히 가는 대형마트가 만물상처럼 모든 상품을 취급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온라인 구매 비중이 높은 비식품 판매 공간을 과감히 축소하고 식품 판매 비중을 90%까지 높였다.
매장 자체가 불필요한 동선 낭비를 줄이고 필요한 것에만 집중한 느낌을 줘 요즘 젊은 소비층에 선호하는 트렌드에도 맞아 보였다.
특히 가공식품 외에도 매장 절반에 걸쳐 신선식품과 즉석조리 식품 중심으로 운영돼 시선을 끌었다.
매장 입구부터 샐러드 전용 코너를 배치했는데 스마트팜에서 자라고 있는 야채를 뿌리채 구매도 가능하다.
'요리하다 키친' 코너는 샌드위치부터 치킨, 튀김, 구이, 스트릿푸드까지 다양한 요리를 1인분 양으로 소분 판매하고, 스시 등 일부 요리하다 코너는 손질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오픈 키친' 형식으로 설계돼 있다.
마치 마트가 아니라 고급스러운 '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에 장보기 재미가 더해졌다.
이곳에서 장을 보고 있던 50대 김모씨는 "집에서 차로 딱 비슷한 거리에 다른 브랜드 대형마트 2곳이 있는데 롯데마트가 리뉴얼한 이후 계속 이곳만 찾고 있다."며 "바로 먹을 수 있는 초밥 세트나 도시락 세트를 자주 산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에는 한번 마트에 오면 옷부터 그릇, 화장실 용품 등까지 필요한 건 모두 구매해 날을 잡고 장을 보는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식재료만 간단히 구매하는 느낌이라 부담 없이 더 자주 오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롯데마트 측에 따르면 그랑그로서리 은평점은 재단장 이전 같은 기간보다 누적 매출이 약 10% 증가했다.
회사는 그랑그로서리 은평점 재단장 성공을 발판으로 최근 6년 만에 서울 강동지역에도 식로품을 80% 이상으로 구성한 천호점을 개점했다.
일반 대형마트 평균 면적 대비 절반으로 줄였음에도, 천호점 역시 다른 롯데마트 평균 매장 대비 매출과 방문객 수가 절반가량 많다.
롯데마트가 상반기 중 신규 개점할 구리점 역시 그로서리 특화란 이름은 사용치 않지만 식료품을 강화한 매장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그로서리 전문 마켓에 무게를 두면서 매장 규모는 대체로 축소되고 있다"며 "신선식품이나 델리(즉석조리식품), 냉장·냉동이 필요한 가공식품 등 소비기한이 있는 식료품은 관리가 까다로워 작은 면적에서 운영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도 매장 면적을 대폭 줄인 콤팩트형 식료품 전문 매장으로 출점을 재개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3년 3개월 만의 신규 매장인 성수점(대구)을 열고 식료품에 집중한 푸드마켓을 선보였다. 오는 4월 문을 여는 이마트 고덕강일점도 1500평 규모의 푸드마켓으로 조성된다.
이 외에도 이마트는 창고형인 트레이더스 매장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이마트는 지난달 트레이더스 마곡점을 연 데 이어 하반기 트레이더스 구월점 포함해 올해 매장 3곳, 2027년까지 추가 3개 매장을 열 계획 중으로, 새로 여는 점포 상당수는 트레이더스로 구상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매장 방문 필요성을 높이고,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롯데, 신세계 그룹사와 연계해 복합 쇼핑몰 내 입점 등도 지속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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