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자들이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대출금리 산출 과정을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특히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대폭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해 이자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은행 20곳에 공문을 보내 차주별·상품별 대출금리 변동내역과 근거, 우대금리 적용 현황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통해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금리에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우대금리에 주목하고 있다. 우대금리는 급여 이체나 카드 사용 등 고객의 조건에 맞춰 은행이 자율적으로 설정하는 금리로,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금리 하락 효과를 제대로 전달하기보다는 우대금리를 대폭 축소해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가계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의 작년 12월 기준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는 금리 인하 전인 9월 대비 눈에 띄게 축소됐다.

특히 우리은행 우대금리는 이 기간 2.23%에서 0.82%로 무려 1.41%포인트(p) 줄어들었다. △신한은행 0.65%p(1.53%→0.88%) △하나은행 0.28%p(2.19→1.91%) △NH농협은행 0.24%p(1.88%→1.64%) △KB국민은행 0.13%p(2.45%→2.32%)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는 실제로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대금리는 은행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라 쉽게 조정할 수 있지만, 가산금리는 위험 프리미엄이나 목표이익률 등을 반영해 자주 변동하기 어렵다"며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통해 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은행들은 대출금리 상승을 정당화하기 위해 가계부채 관리 등을 이유로 금리를 조정했다고 주장하지만, '이자 장사'에 몰두한 정황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이자 마진을 확대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점검을 통해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소비자와 기업에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또한, 점검 결과에 따라 은행들의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경우 현장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대출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자,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은행법 개정안을 통해 은행들이 보험료나 출연료 등을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리 인하가 대출금리에 반영되지 않으면 금융시장의 신뢰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은행들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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