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부착돼 있는 주택담보대출 안내광고를 시민이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부착돼 있는 주택담보대출 안내광고를 시민이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연 2.75%로 0.25%p(포인트) 인하, 금리가 2년 4개월 만에 2%대로 낮아지면서 은행 대출금리 인하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최근 통화정책 완화 흐름에도 대출금리가 천천히 내리는 것을 두고 논란이 큰 데다 금융당국도 여러차례 금리를 내릴 시점이란 메시지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코픽스 6개월물)는 연 4.27~6.37%를 기록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중순경(금리 연 4.57~6.67%)과 비교하면 금리 상단과 하단이 0.30%p씩 낮아졌다.

금통위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연 3.25%로 0.25%p 인하하고 11월과 이달 회의에서 0.25%p씩, 4개월간 총 0.75%p를 내렸지만 상대적으로 대출금리 인하폭은 작았던 것이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면서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에 맞춰 크게 떨어지지 않은 이유는 '가계대출 총량관리' 탓이 크다. 은행권은 지난해 2분기 들어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대출 증가세를 줄이고자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낮추는 등 금리를 조정해왔다. 기준금리에 맞춰 대출금리를 대폭 인하할 경우 대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당시 은행권 설명이었다.

은행들이 대출 총량관리에 들어가면서 오히려 기준금리 인하 이전보다 가계대출 금리가 더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지난해 12월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72%로, 9월(4.23%)과 10월(4.55)보다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12월 가산금리 평균치는 3.178%로 9월(3.088%)보다 올랐고, 같은 기간 우대금리 평균치는 1.154%에서 2.056%로 떨어졌다.

새해 들어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갱신되면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그 속도가 더딘 탓에 '이자장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을 반영해 예·적금 금리를 빠르게 낮추고 있는 모습과도 대비된다. 이달에만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대표 예금상품금리를 0.05%p 인하했고, SC제일은행과 하나은행도 최대 0.50%p, 0.20%p씩 하향조정했다.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 인하 속도가 빠른 것은 예대금리차 확대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43%p로 4개월 연속 확대됐다.

다만, 금융당국에서 대출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란 메시지를 여러차례 내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금리 인하 속도가 한층 가팔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시장에 반영되는 것이 필요하지만 시차가 존재하긴 한다"며 "작년에는 가계대출 관리라는 상황 인식이 있었지만 올해는 시간도 지났기 때문에 (시장금리를 대출금리에) 반영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현재 은행권의 대출금리 산출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 대출금리에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기준금리 인하 이후 주재한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그간의 금리인하 효과가 우리 경제 곳곳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며 "은행권 가산금리 추이 등을 점검해 지난 10월 이후 세 차례 인하된 기준금리가 가계‧기업 대출금리에 파급된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달라"고 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기대감이 선반영되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인하됐다고 해서 대출금리가 바로 조정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당국 기조를 포함해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를 보고 대출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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