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이 미국 해상풍력단지에서 해저케이블을 시공하고 있다. (사진=LS전선)
LS전선이 미국 해상풍력단지에서 해저케이블을 시공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오세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전력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취임 직후 5000억 달러(약 717조원) 규모의 AI 투자 유치 성과를 발표하면서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력 산업도 활기를 띌 전망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는 원자력발전과 전선, 변압기 등 전력업계도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원자력발전 분야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렴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원전산업 확대를 에너지 정책 전면에 내세우며 후보 시절부터 원자력발전 허가 취득절차 간소화 등을 내세웠다.

이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식 재산권 분쟁을 종결하고 향후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하면서, 향후 미국 뿐 아니라 한미 원전 수주 동맹이 결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요 건설사는 일제히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소형모듈원전(SMR)에 뛰어들어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에 한창이다. 건설업계와 정부 모두 'SMR 최초 상용화'가 향후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보고 사활을 건 기술 경쟁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현대건설은 역량 강화를 위해 국내 최고의 원자력 종합연구개발 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미국과 영국 기업 등과 기술동맹을 맺고 유럽 시장 개척에 나섰다.

삼성물산도 미국 SMR 업체에 지분 투자해 기술협력을 하며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DL이앤씨는 SMR 사업 확장과 기술 개발을 위해 미국 SMR 개발사와 손을 잡았고 대우건설은 SMR 팀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 중이다.

국내 양대 전선기업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이미 미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고 수주 성과를 내고 있다. LS전선은 지난해 7월 미국 송전망 운영사인 LS파워그리드 캘리포니아와 1000억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중케이블 자회사인 LS에코에너지는 미국 안전인증기구 UL의 안전인증을 획득하고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계약 수주와 함께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지분 및 설비 투자도 가속화하고 있다. LS전선의 자회사인 가온전선은 지난해 11월 미국 배전케이블 생산법인인 LSCUS의 지분 100%를 확보했다. 가온전선은 이를 바탕으로 초고압 케이블 사업을 강화하고 해저케이블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에 1조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짓는다. 이 공장은 올해 착공해 2027년 준공 예정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력 케이블 생산타워를 갖출 예정이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6월 총 1300억원 규모의 전력망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했다. 또 7월에는 1900억원 규모의 노후 전력망 교체 프로젝트를, 9월에는 실리콘밸리와 새너제이 전력망 신뢰성 제고를 위한 HVDC(초고압직류송전) 프로젝트에 케이블 공급자로 나선다. 이 프로젝트의 수주 금액은 900억원 규모다. 

11월에는 미국 서부에 케이블을 장기 공급하는 프로젝트도 따냈다. 최장 3년 동안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에서 대한전선은 최대 900억원의 케이블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들 프로젝트를 포함해 대한전선이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거둔 총 수주액은 7200억원이다. 이는 연간 최대 실적인 2022년 4000억원의 2배 가까이 되는 금액이다. 

HD현대일렉트릭 전력 변압기. (사진=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전력 변압기. (사진=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시장도 미국 시장 공략이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 내 변압기 중 70%가 25년을 넘어 앞으로 5년 이내에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확산 등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변압기 공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국내 기업 중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이 미국에 진출해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내년 초까지 미국 앨러배마와 울산 변압기 공장에 4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미국 내 변압기 생산량을 50%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전력인프라 투자와 데이터센터 관련 전력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선별 수주와 효율적인 생산 대응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LS일렉트릭은 'AI 데이터센터 전담팀'을 꾸리고 미국 텍사스주 베스트럽에 판매·서비스 시설을 구축한다. 이충희 LS일렉트릭 북미법인장은 "연말에 공장 증설을 마무리해 현지 생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효성중공업은 2020년 인수한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증설기지를 지난해 증설했다. 경남 창원 공장을 포함해 생산설비 증설에 총 1000억원을 투자했으며 이를 발판으로 생산능력을 1.4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국 공장은 생산능력을 기존의 2배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AI 산업 외에도 관세를 통해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현지의 전력 공급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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