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2530대에서 약세 출발했다. (사진=연합뉴스)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2530대에서 약세 출발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트럼프 리스크가 최근 재확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1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대해 10%의 관세를 즉각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이다.

직후 환율은 20원 넘게 폭등했으며, 코스피 시장에서 1조원이 넘는 외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위험회피심리가 고조되고 있다. 설상가상 한미금리차 확대 전망 속 원화 약세 국면이 더욱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오는 2월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10% 관세 역시 함께 언급했다.

직후 달러가치는 반등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지난 27일 기준 106.9pt선까지 하락했지만, 현재 108pt에 근접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들이 내포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을 살펴보면 대규모 감세의 경우 재정적자를 확대시킬 우려를 내포하며, 보편적 관세와 이민자 추방 정책은 각각 수입물가 상승과 노동력 부족을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확대시킬 수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말 100pt를 하향 이탈했던 달러인덱스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우위가 확인되자 반등하기 시작한 바 있다. 특히 취임 직전인 1월 13일에는 장중 109.8pt를 돌파하며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다.

문제는 트럼프 리스크에 커진 위험회피심리다. 31일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20원 넘게 상승하며 1450원을 재돌파했으며, 이날 코스피 지수는 1% 이상 하락했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1조원 넘게 순매도하는 등 원화 자산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됐다.

금리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 금리를 인하한데 이어 올해 1월에는 금리를 기존 3.0%에서 동결했지만, 금통위원 전원이 3개월내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상정하는 듯 사실상 2월 추가 금리 인하가 유력한 상황이다.

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금리인하에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 28~29일(현지시간) 진행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기존 4.25~4.5%에서 동결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점도표를 통해 올해 금리 인하 예상 횟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축소키도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트럼부 행정부의 관세·이민·재정정책 등이 경제 불확실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확인한 후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현재 1.5%포인트(p)에 달하는 한미 금리차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통상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금리차가 확대될 경우 높은 수익률을 추종하는 자본의 특성상 자금 유출 우려가 높아진다. 또한 품질 중심으로 재편된 수출시장에서 고환율은 이점보다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기업 채산성이나 국내 소비자 물가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김진성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급등한 환율은 양국간 경제 펀더멘털 전망의 차이와 예상되는 통화정책의 강도의 차이, 정치상황에 따른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며 "여기에 높은 대외의존도와 저조한 내수성장 장기화 등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환율 자체는 하반기 1300원대 후반으로 안정될 전망이나, 원화의 위상이 이미 저수익 통화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며 "양국간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행보의 차이는 주식과 채권 등 달러와 원화자산의 기대수익률 차이, 자산선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금리 격차나 환율 등이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친 부분도 크지만, 결국 펀더멘탈이 회복되느냐가 관건"이라며 "단적으로 한은의 금리인하나 추경 등이 환율 등에 악재일 수 있으나, 이를 통해 국내 경제에 회복세가 나타난다면 오히려 원화가 강세 국면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