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신민호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포문을 연 '관세 전쟁' 우려로 외국인이 국내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증시는 3% 넘게 하락하고, 환율은 1470원을 넘어서는 등 크게 흔들렸다.
전문가들은 관세 리스크를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3일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63.42p(2.52%) 하락한 2453.95로 마감했다. 지수는 48.63p(1.93%)나 내린 2468.74에서 시작했음에도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이어지면서 장중 3% 넘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율도 장 초반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면서 1472.5원선까지 상승, 지난달 13일(1474.3원, 고가) 이후 3주만에 1470원을 돌파했다. 다만, 정오가 지나면서 소폭 내려 전장 대비 1467.2원에 마감했다. 현재는 146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미국 관세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0시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중국에는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최근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불공정하다며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설 명절 연휴기간 동안 저비용 AI 플랫폼 '딥시크'가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외국인들이 시장에서 이탈한 영향도 크게 받았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8724억원 순매도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이날 109.5포인트 선까지 급등해 원화 가치가 하락했고,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됐다. 기관도 3734억원 순매도했다. 프로그램매매에서는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 모두 매도 우위로 총 9810억9300만원 순매도로 끝났다.
다만 환율의 경우 최근 급등분에 대한 경계감과 당국의 미세조정 기대 등에 상단을 제한, 1470원 저항선이 형성됐다는 평가다. 또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가 당초 예고했던 60%에서 10%까지 축소되면서 위안화 약세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단 점도 이날 되돌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소재용 신한은행 리서치팀장은 “트럼프 관세 부담에 한꺼번에 노출되면서 1470원까지 올랐지만, 중국에 대한 유보적 입장 등이 곁들여지면서 약간 되돌려진 것 같다”며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전고점 돌파는 어렵다고 보이지만, 관세 리스크가 여전히 유효한 만큼 위쪽에 대한 경계감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쏟아낸 물량은 개인이 1조128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대부분 받아냈다.
이날 시장에서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카카오(9.00%)와 협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NAVER(0.23%)와 삼성에스디에스(1.66%) 등이 포함된 IT 서비스 업종이 1.29% 상승했다. 또 음식료/담배(0.59%)와 보험(0.18%) 등 업종이 오름세로 마쳤다.
반면, 화학(-4.42%), 운송/창고(-3.72%), 금속(-3.65%), 전기/전자(-3.63%) 등 대부분 업종이 급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2.67%) SK하이닉스(-4.17%), LG에너지솔루션(-4.40%), 현대차(-1.94%), 셀트리온(-2.06%), KB금융(-3.16%) 등 대부분 내렸다.
코스피에서 상승한 종목은 96종목에 그쳤다. 하락 종목은 825종목, 제자리를 지킨 종목은 21종목이었다.
코스닥 지수는 24.49p(3.36%) 내린 703.80으로 마쳤다. 지수는 10.03p(1.38%) 하락한 718.26으로 출발해 장중 700선을 터치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 중에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3.34%), 파마리서치(0.83%), 코오롱티슈진(4.70%), 에스엠(0.12%) 등을 제외한 대부분이 내렸다.
김지원, 임정은,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관세 강행에 따른 무역분쟁이 본격화할 우려로 국내 증시가 1%대 급락 출발한 뒤, 매물 출회가 심화되며 오후 들어 낙폭이 확대됐다"면서 "강달러 충격도 하락 요인이됐다. 달러/원 환율은 14원 넘게 급등해 1470원선에 근접했으며 이에 외국인 자금 이탈도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 업종 하락과 양 시장 상승종목 비율은 10% 수준에 그쳤다"면서도 "그동안 글로벌 AI 열풍에서 소외됐던 일부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딥시크 수혜 기대를 바탕으로 강세를 연장했다. 특히 오픈AI와 카카오의 AI 협업이 전해지면서 카카오는 9% 급등했다"고 덧붙였다.
또 "당분간 딥시크 이슈와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증시 변동성 확대가 전망된다"면서 "미국 제조업 PMI를 시작으로 증시 영향력 높은 경제지표 발표도 다수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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