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감만부두와 감만부두,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신감만부두와 감만부두,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2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세계경제는 짙은 불확실성에 휩싸이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고율 관세를 무기로 글로벌 무역분쟁의 선봉장이 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 가해질 충격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지원법(CSA) 축소·폐기,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등 지난 4년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정책들도 대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이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우리기업의 움직임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과 대응 전략을 점검해본다./편집자 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자국우선주의'로 대표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오는 20일(현지시간) 출범하면서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고율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내수 부진 속 견조한 수출로 겨우 버텼던 우리나라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지난 12·3 계엄사태 이후 혼란스러운 국정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트럼프 정부 출범 대응체계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터라 경기 하방압력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미 국내외 경제연구기관과 투자기관 대부분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대로 낮춰 잡았다.

1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글로벌 IB 8곳(골드만삭스·노무라·바클레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씨티·UBS·JP모건·HSBC)이 예상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기준)은 평균 1.7%다. JP모건의 경우 지난 한 달 사이 이 수치를 1.7%에서 1.3%로 대폭 낮췄다.

성장률 1.7%는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1.9%)나 이달 기획재정부가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예상치(1.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국내 경제연구기관들 중에서는 현대경제연구원(1.7%)과 국가미래연구원(1.67%) 등이 올해 1%대 성장을 예상했다.

한은의 경우 다음달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기존 수치를 더 낮출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동결(연 3.00%) 결정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계엄 사태 영향으로) 4분기 성장률이 0.4%가 아니라 0.2%나 더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이같은 흐름대로라면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달 17일(현지시간) 내놓을 세계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 성장률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하고 있는 것은 '수출 둔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6838억달러(1006조4168억원)를 달성,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호조를 이뤘지만 트럼프 정부의 '고율 과제' 정책으로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당시 △모든 나라의 수입품에 10~20% 보편 관세 △중국에 60% 관세 △멕시코 생산 중국기업 자동차에 100∼200% 관세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우리 경제와 수출을 이끌던 반도체는 물론 차세대 먹거리인 전기차·배터리 부문이 모두 수출 불확실성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앞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보편관세를 적용하는 시나리오에서 우리나라 대미 수출액이 최대 304억달러(약 44조2806억원), 총수출은 최대 448억달러(약 65조2557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대미수출 비중은 전체의 18%(1278억달러)를 넘는다.

특히, 대중국 고율 관세를 앞세운 미·중 무역분쟁은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장벽이 높아지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난달 초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 업스트림 분야의 대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흑연 등 중국산 광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체제에서 전개되는 관세 정책 과정을 예의주시하면서 맞춤형 전략을 세우는 한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외교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 1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산업별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트럼프노믹스 2.0발 글로벌 2차 관세전쟁 전개 과정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관세 인상 여파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4~0.62%p 하락 압력이 발생하는데, 외수기업은 합리적 수출 및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내수기업은 경쟁국 기업의 국내 침투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현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한국은 멕시코,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FTA 체결국으로서 보편관세 부과 예외국 또는 차등 부과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외교적 대응이 절실하다"며 "관세 인상 리스크에 더해 환율 변동성이 커지거나 교역조건이 불리해질 경우 기업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이 가속화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응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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