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옥. (사진=각사)
(왼쪽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옥. (사진=각사)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보다 더 강력한 대중(對中) 제재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점진적으로 중국 사업을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기술 분야 제한 조치와 수출통제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간 지속성이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팀은 이런 수출통제를 확대하거나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규제하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포함할 수도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정책을 유지하고 어쩌면 더 강화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를 중심으로 중국에 제재를 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군사안보를 고려한 새로운 제재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앞서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메모리 대역폭 밀도 2GB/s/㎟를 초과하는 사양의 D램 반도체를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1월 1일자로 추가했다. 또 반도체 장비 통제 품목도 기존 29종에 신규 반도체 장비 24종과 소프트웨어 3종을 추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의 경우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고 반도체 장비는 우리나라에 관련 기업이 소수라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파악했다. 

이 같은 결정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내려진 것이지만, 트럼프 당선인 역시 중국 수출 통제에 공감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제재가 유지되거나 더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기업을 겨냥한 새로운 규제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2018년 중국과 무역분쟁을 시작할 당시 화웨이를 중심으로 중국 제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적이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화웨이 통신장비가 백도어로 전세계 통신망에 몰래 접속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동맹국에 화웨이 제품 도입을 지양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의 중국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수출액은 1330억3000만 달러로 9개 주요 수출지역 중 최대 규모다. 대중 3대 수출 품목은 반도체와 석유화학, 무선통신기기이며 이 가운데서도 반도체는 459억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만큼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가 어려울 수 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중국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 공장의 D램 웨이퍼 분기 생산량을 재검토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생산물량은 경기도 이천 M14, M16 공장을 중심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중국은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반도체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해 10월 중국의 미국산 반도체 수입액이 11억1000만 달러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전년 대비 60%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12월 대중국 수출 역시 반도체가 주도했다. 12월 대중국 전체 수출액은 11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 늘어난 반면 반도체는 23.8% 증가하며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경제계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해 냉정한 판단과 선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봉만 한국경제인협회 국제본부장은 "이번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나 혼란에 빠지기보다는 냉철한 판단과 선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