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안까지 국회에서 폐기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블랙먼데이'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릴레이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금융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로 주간거래를 마감하고, 코스피·코스닥이 연중 최저점을 기록하는 등 블랙먼데이를 피하지 못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 회장들과 만나 유동성·건전성 현황을 면밀히 점검해줄 것을 주문했다.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와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 및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등 시장안정 조치를 위기 시 적기에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재차 밝혔다.
이날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회사는 그간 위기시마다 높은 건전성을 바탕으로 금융안정에 중추적 역할을 해줬는데, 금융 자회사들의 유동성과 건전성을 다시 한번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자금운용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지주회사는 대외신인도 측면에서도 최전방에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외국계 금융사·투자자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 지주사의 안정성은 물론 우리 금융시스템의 회복력에 대해서도 적극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그룹 회장들도 외환리스크 점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금융시장은 매일매일 주시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은행 자회사 리스크는 없다"고 설명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금융시장 상황 등을 점검하겠다"고 했으며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환리스크 등 더 걱정되는 부분이 없을지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5대 금융그룹과 시중은행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위기대응 매뉴얼을 가동하고 비상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그룹 회장이 주재하는 임원회의를 열고 환율, 유동성 변동 상황 등 리스크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오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외화자금 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회사의 충분한 외화유동성 확보를 지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원장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시 기존에 마련된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즉각적 시장안정조치를 실행해달라"며 "환율 상승 및 위험가중자산 증가에 따른 자본비율 영향도 세밀히 점검하고 대비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감원은 이날 오후 박충현 부원장보 주재로 주요 시중은행 여신·자금담당 부행장들을 소집, 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원활한 자금 중개와 유동성 확보를 주문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주식시장 하락세와 대외 신용도 하락으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은행 대출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은행들이 자금공급을 줄이면 우리 경제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처럼 금융당국에서 연일 간담회를 열고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8원 오른 1426.0원으로 출발해 1437.0원으로 주간거래(오후 3시30분)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2년1개월 만에 최고치다.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7.58p(2.78%) 내린 2360.58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3일(2351.83) 이후 1년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코스닥 지수는 34.32p(5.19%) 내린 627.01에 장을 마치며 4년7개월만에 최저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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