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결산-거시경제] 3高에 휘청···환율 1440원 찍고 기준금리 3% 돌파
[2022결산-거시경제] 3高에 휘청···환율 1440원 찍고 기준금리 3%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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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고(高)가 이끈 스태그플레이션···내년은 '상저하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올 한해는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을 일부 수습하자,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대변되는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주요국들의 각축전이 벌어졌으며, 환율 1440원, 8개월 연속 무역적자 등 외환·금융위기 당시에나 볼 수 있던 여러 지표들이 확인됐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금리폭등, 역환율전쟁, 외환보유고 미달 등 올해 주요 이슈들을 되짚어 본다.

◇美연준이 촉발시킨 각축전···韓, 올해만 2.25%p 인상

2.25%포인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인상시킨 금리 상승폭이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8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첫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지난해 연말 1%였던 기준금리를 현재 3.25%까지 끌어올렸다.

3%대 금리는 지난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인상 속도 역시 지난 금융위기, 외환위기를 상회한다. 이 과정에서 한은은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0.5%p 금리인상)을 밟은데 이어 6회 연속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진기록을 써내렸다.

이런 배경에는 고공행진을 펼친 고물가를 잡기 위한 것이지만, 그 중심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촉발시킨 금리인상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미 연준은 지난 3월을 시작으로 이달까지 10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무려 4.25%포인트 인상하는 고강도 긴축을 단행했다.

연준은 미국 최악의 금융위기로 꼽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에도 기준금리를 1%에서 5.25%까지 4.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인상이 2004년 7월부터 2006년 6월까지 2년여에 걸쳐 이뤄진 것임을 감안하면, 이번 금리인상 속도는 전례가 없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는 팬데믹 이후 공급망 불안, 수요 측 압력 등으로 높아진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자국 통화(달러) 가치를 높여 수입물가를 낮추는 것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타국에 전가한다는 이른바 '역환율전쟁'이다.

그 결과 기축통화인 달러의 가치는 치솟았고, 자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전세계 국가들 역시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 역시 그 일환이다.

이 같은 급격한 금리인상은 부동산 가격 폭락, 기업 조달비용 폭증, 투자 위축 등 여러 부작용을 야기했다. 특히 저금리 기조 속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를 감행한 투자자들은 급증한 이자부담에 짓눌리고 있다.

여기에 내년 추가 인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을 3.6%로 제시했지만, 최근 가파른 원화 강세와 수입물가 압력 경감을 고려할 경우 이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국내 자금시장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내년 상반기 중 대외여건 악화 및 내수부진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면 최종금리는 3.5% 정도가 합리적"이라고 전망했다.

◇'킹달러'에 폭등한 원·달러 환율, 13년 만에 1440원 돌파

올해 외환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킹달러(달러 초강세)'다.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올해 초 95대에서 지난 9월 114.6선을 돌파했다. 이는 닷컴버블 사태 당시인 2002년 5월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치다.

반면 주요국 통화가치는 일제히 추락했다. 2002년 이후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인 유로화가 지난 9월 1유로당 0.959달러 수준까지 추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원·달러 환율 역시 폭등했다. 지난해 말 1188.8원이었던 환율은 지난 9월 28일 장중 1440원을 돌파하며, 2009년 3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9개월 만에 250원 가량 상승한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겹쳐 수입물가를 폭등시켰으며,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되는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이후 25년 만이며, 무역적자 자체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초일 만큼 낯선 상황이다.

이미 기존 적자 최대치인 1996년 206억달러를 두배이상 상회한 데다, 이달 10일까지 추산한 연간 무역적자 규모는 490억달러에 육박했다. 올 한해 국내 경제가 환율 폭등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다만 환율은 현재 1200원 후반에 머무는 등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은 이례적으로 크게 상승했는데, 이는 원화 자체의 약세라기보다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정점을 확인한 물가 지표와 함께 미 연준의 금리 인상속도가 조정됨으로써, 강달러 모멘텀도 내려오게 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쪼그라든 외환보유액, 금융위기론 대두

폭등한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액도 빠르게 소진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통상 외환보유액은 대외 지급결제와 위기 상황 대응, 시장안정 등에 활용돼 국가 경제의 '방파제'로도 불린다. 그러나 지난달 말 국내 외환보유액은 4161억달러로 전년 대비 470억2000만달러나 급감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외환보유액은 2·7·11월을 제외한 8개월간 감소세를 보였으며, 특히 9월에는 외환보유액이 한달새 196억6000만달러나 감소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74억2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이는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규모 달러 매도를 단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은이 공개한 '외환당국 순거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분기 실시한 외환 순거래액(총매수액-총매도액)은 각각 83억1100만달러, 154억900만달러 순매도를 기록했다.

직전 최대 순매도 규모는 지난해 3분기(71억4200만달러)다. 외환당국이 외환 순거래액을 공개한 2019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2개 분기 연속 경신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외환보유액이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한미 금리차가 1.25%포인트까지 벌어지며 외국인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현재 외환보유액으로는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지금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IMF 기준으로는 100%를 소폭 하회하고 있다"라며 "다만 해당 기준은 소규모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외환보유액에는 문제가 없다. 애초에 IMF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반박했다.

◇3高가 부른 스태그플레이션···2023년은 '상저하고'

올해는 고금리·고환율 상황에 5%대 고물가까지 겹쳐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의 우려가 짙어진 한 해였다.

지난달 한은이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11월 전산업 업황 BSI가 75로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3개월 연속 하락세이자, 지난 2020년 12월(75) 이후 최저치다.

기업경기실사지수란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체감하는 경기 동향과 향후 전망을 조사한 지표다. 통상 100을 기준으로 하회 시 현재 경기나 향후 전망이 부정적임을 뜻한다. 이번 하락세의 주요인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5%대 고물가가 이어진 가운데,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연간 무역적자는 500억달러를 앞두고 있으며, 한은은 당분간 5%대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지난 23일까지 경기침체 징후로도 불리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한달째 이어지는 등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 결과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기존 2.1%에서 1.7%로 하향조정했으며, 정부는 1.6%로 낮췄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 팬데믹 여파에 역성장을 기록한 2020년(-0.7%)을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21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국 금리 인상 영향이 실물경제로 본격 전이된 가운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수출을 중심으로 하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내년 경제는 상반기에 수출·민생 등의 어려움이 집중되고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회복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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