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메모리 반도체의 글로벌 워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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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성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황민성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최근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공급을 대폭 늘리면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당사는 반도체 공급 상승이 올해 말부터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작년 말에 발간한 '2021 연간전망 리포트'에서부터 이미 예측했으며, 현재 시장의 우려는 과하다고 본다. 반도체 가격의 하락은 얕게, 빠르게 지나갈 것이다.

삼성은 올해 생산성을 큰 폭으로 향상시켜 공급을 늘렸다. 병목현상을 유발하는 공정의 장비를 빠르게 교체하거나 추가하며 가동률을 높였으며, 심지어는 기존에 만들어뒀던 물량까지 끌어다 판매했다. 세계적인 파운드리 생산 차질로 인해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핵심 장비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해진 라인에서 최대의 생산성을 달성한 삼성은 다른 업체 대비 우수한 경영성과를 낸 셈이다. 

현 시점에서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삼성의 공급 확대가 다른 업체와의 점유율 경쟁으로 번지지 않을까'이다. 삼성에 점유율을 빼앗긴 다른 업체가 공급을 늘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사는 현재의 과도한 우려는 삼성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요 장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 증설 없이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아가 4분기부터는 삼성의 생산성 향상이 지속되기 어렵다. 쉴 틈 없이 가동한 장비들의 유지 보수가 시작되어 삼성의 가동률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는 팔고 싶어도 팔 게 없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의 재고는 정상 재고수준 대비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몇몇 투자자들은 '삼성이 역대급 설비투자를 진행한다는데, 이것이 공급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까'라고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설비투자의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절반 이상이 공장 인프라 투자로, 실제 공장 가동을 위해 사용되는 금액이 아니다. 특히 점유율 경쟁이 치열했던 과거에는 공장을 세우기가 무섭게 가동을 시작했지만, 이미 주력 업체가 3개로 정리된 현 시점에서는 공장을 세우기는 하되, 실제 가동은 수요를 살펴보며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다.

추가적으로, 당사는 새로운 노광 광원인 반도체 극자외선(EUV)의 도입이 내년 생산의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도체 생산에 있어서 광원의 변화는 약 10년만에 이뤄지는 커다란 사건이며, 새로운 광원이 도입될 때마다 새로운 소재와 부품의 개발, 불량률을 낮추기 위한 공정 최적화가 필요하다. 반도체가 미세화 되면서 EUV 기술을 도입하지 않으면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EUV 도입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EUV를 도입하게 되면 만들어진 반도체의 불량률이 높아져서 이를 낮추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당사는 EUV 도입에 따른 노력이 2022년에 펼쳐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공급 확대 흐름은 내년까지 이어지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포인트에 주목해야할까? 당사는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상승할 것이며,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추가적인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우선 반도체 수요는 꾸준하게 상승할 것이다. 재택근무, 원격수업이 우리 사회에 자리잡고 있으며, 각종 산업의 디지털화는 뚜렷한 방향성이다. 또한 기존에 PC, 핸드폰 중심으로 특정한 ‘물체‘에 반도체가 사용되었던 반면, 앞으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곳곳에 반도체가 사용될 것이다.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는 반도체 수요의 구조적 상승을 이끌 것이며, 글로벌 경기확장 국면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프리미엄 스마트폰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 또한 수요에 긍정적이다.

추가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5나노의 높은 불량률, 경쟁사와의 격차 확대로 시장의 실망감을 불러일으켰지만 해당 부분이 개선되고 있으며, 현재 2022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고객사와 3나노 반도체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말에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해당 사업부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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