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가계신용이 2분기에만 40조원 넘게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가계빚은 사상 처음으로 1800조원을 넘어섰다. 1년 전과 비교한 2분기 증가액으로도 지난 2003년 가계신용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지난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작되는 등 가계부채 누증 해소를 위한 금융당국의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공모주 청약 등의 영향으로 증가폭은 더욱 확대된 모습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원으로 전분기(1764조6000억원) 말과 비교해 46조1000억원이 늘었다. 사상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 말(45조5000억원)에서 지난 1분기 오름폭(36조7000억원)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1분기 만에 재차 오름폭이 더욱 확대된 것이다. 또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10.3%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지난 2019년 4분기 이후 6분기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올해 가계신용이 77조9000억원 늘어나면서 상반기에 18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 대비 4.8% 증가한 것으로, 지난 2016년 상반기(4.8%)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가계신용은 통상 1분기 증가폭이 크게 나타나지 않지만 올해 이례적으로 큰 폭으로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면서 "주택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모주 청약 등의 한시적 대출 영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세부항목별로는 전분기말 대비 가계대출에서 38조6000억원이 늘어난 170조3000억원, 판매신용이 2조7000억원 늘어난 100조6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계대출도 전분기 증가폭(34조7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상품별 오름폭으로는 주택담보대출(17조3000억원)이 전분기와 비교해 소폭 줄어든 모습을 보였지만, 기타대출(21조3000억원)은 되레 확대된 모습을 보였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주담대의 경우 실수요자 중심의 모기지 취급 확대 등에도 불구하고 주택 매매 및 전세관련 자금수요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면서 증가폭이 전분기 대비 축소됐다"면서 "기타대출은 주택거래자금수요, 공모주청약 등 주식자금수요·생활자금수요 지속된 영향에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업권별로는 예금은행(12조4000억원)에서 주택거래 및 공모주 청약과 같은 주식투자 관련 자금 수요 등으로 기타대출 증가폭은 확대됐지만, 주담대의 경우 정책 모기지 대출 상품이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기금공사 등으로 넘어가면서 전반적인 증가폭은 줄어든 모습이다. 반대로 기타금융기관(17조1000억원)은 정책모기지 취급 증가로 공적금융기관과 자산유동화회사 등 기타금융중개회사를 중심으로 증가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비은행예금기관(9조1000억원)도 주담대 수요가 유지되면서 증가폭이 확대됐다.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을 나타내는 판매신용 증가폭(2조7000억원)은 백신접종 확대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전분기(2조원) 대비 증가했으며, 역시 2분기 기준 가장 높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전년동기(1조9000억원) 대비로도 오름폭은 확대됐다. 송 팀장은 "백신접종이 확대되면서 소비심리개선 등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1분기 대비 높게 나타났다"면서 "아무래도 코로나19 전개 상황에 따른 온라인 매출이 증가한 영향도 판매신용 증가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주담대 수요가 1분기 대비 줄고, 공모주 청약 등에 따른 일시적 영향이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부분에 대해선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송 팀장은 가계신용 증가 속도가 가파른 것에 대해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신용 증가 속도가 더욱 빠른 것은 사실"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도 가계신용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이는 전반적인 상황을 인식할 때에 적절하지 않은 모습이며,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선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가계신용 증가폭의 발표는 오는 26일 예정돼 있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상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한은은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으며, 줄곧 금융불균형 및 가계부채 누증에 대해 경고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역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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