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들 너도 나도 '디벨로퍼'···"골목상권 침해"
대형건설사들 너도 나도 '디벨로퍼'···"골목상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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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불황에 단순 시공만으로 경쟁력 한계
대우건설 등 디벨로퍼 변신 후 사업 확대
중견사 "자체사업, 중견사·시행사 몫" 비판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대형건설사들이 '디벨로퍼(개발사업자)'로서 역량을 펼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시공'만으로는 안 된다는 건설사의 위기 위식 속에서 마진율이 높은 자체개발사업이 많아지고,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은 자체사업장에서 분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자체사업은 건설사가 직접 토지를 매입해 시행,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들은 최근 지속적인 먹거리 창출에 힘쓰고자 종합 디벨로퍼로 변신을 선언, 자채개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대 건설사 중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자체주택 사업에 나서 성공적인 분양 성적을 거뒀다.

2019년 '디벨로서'로 변신을 선언한 대우건설은 지난해 주택사업지 중 자체사업장 4곳(△하남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마크베르 △과천르센토 데시앙 △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을 분양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단지별 평균 청약경쟁률 상위 3~6위까지가 이들 4곳의 사업장이었다. 대우건설은 최근에는 인사개편을 통해 자체사업전담팀인 민간복합사업팀을 신설하며 역량강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 대기중인 사업장으로 △인천루원시티 △아산탕정 △양주역세권 △수원망포지구 △김포풍무역세권 △부산범일동 등 6곳이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분양한 곳 중 3곳(△울산 태화강 아이파크 △반정 아이파크 캐슬 △가경 아이파크 5단지)이 자체사업장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조만간 광운대역세권과 용산철도병원 부지, 공릉역세권, 의정부 주상복합 등에서 분양을 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3차와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을 분양했다. 현재 약 1조원 규모의 가양동 CJ제일제당 부지와 1800억원 규모의 구로동 쌍용차 부지를 매입해 자체 개발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엔 자체사업장 분양이 없었지만 GS건설과 DL이앤씨는 올해 분양을 계획 중이다. GS건설은 송도 크리스탈 자이가 있고, DL이앤씨는 종로구 효제동 오피스텔과 거제 고현 등이 있다. DL이앤씨는 이외에도 평택 용죽, 포항 장성, 인천 검단, 오단 세마 등의 사업장도 향후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더샵광주포레스트를 분양한 포스코건설은 올해 더샵광주포레스트 2번째 사업장을 분양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건설은 지난해와 더불어 올해도 자체사업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자체사업 물량을 늘려 디벨로퍼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기존 도급사업만으로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형건설사들은 자체사업을 꺼려하는 측면이 있었다. 자체사업은 통상 이익률이 5%대를 넘지 않는 단순도급과 달리 30%까지 이익이 나기도 하지만 분양에 실패할 경우 큰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등으로 건설사들의 주요 먹거리인 주요 정비사업지들의 사업속도가 지연되면서 건설사들도 수익 창출을 위해 디벨로퍼 변신이 불가피해 졌다. 특히, 최근 몇년간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자체사업에 대한 사내 투자심의도 이전보다 통과가 쉬워졌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건설은 항상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생각으로 모든 건설업계가 사업다각화를 고민하는 와중에 완전 새로운 사업에 방점을 찍은 회사들이 있다면, 그래도 해봤던 건설과 관련된 사업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견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의 디벨로퍼 변신이 중견사들의 먹거리를 빼앗는 행위, 즉 일종의 '골목상권 침해'와 같은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체사업은 중견건설사나 시행사들의 몫인데 대형사들이 계속 시장에 뛰어들면서 골목상권이 침해당하는 느낌이다"며 "자체사업을 열심히 하는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강남권에서 정비사업을 못 따냈으니까, 위기의식 속에서 다른 쪽으로라도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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