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건설사들이 유튜브를 통해 고객 접점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기존 보수적이고 딱딱했던 느낌을 벗어나 집이 가진 '가치'에 집중하는 감성 마케팅을 통해 2030세대 공략에 나선 모습이다. 과거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하거나 유명 연예인을 통한 고급화 전략을 추구했다면 최근에는 일상이나 가족 이야기를 담은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롯데캐슬 공식 유튜브 채널 ‘오케롯캐’를 통해 고객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오케롯캐 구독자 수가 40만명을 돌파했다. 누적 조회수는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유튜브 채널 가운데 가장 많은 4500만회를 기록했다.
오케롯캐는 단순한 아파트 분양 마케팅을 넘어 웹 예능, 깜짝 카메라,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로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일상 속 즐거움을 담은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는 동시에 주거·부동산·문화 등 최신 트렌드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고객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실제 롯데캐슬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리얼리티 이벤트 ‘엄마의 시간’을 공개했다. 맞벌이 자녀들이 손주를 돌보는 부모님의 하루를 들여다보며 가족의 소중함과 집의 의미를 돌아보는 이 영상은 공개 3주 만에 조회수 300만회를 돌파했다. 지난해 2월에는 ‘세상 단 하나뿐인 작품, 집’ 콘텐츠로 ‘제17회 대한민국 소통어워즈’에서 영상 콘텐츠 부문 대상을 받았다. 또 리얼 버라이어티 임장 웹 예능 ‘손품발품 임장기’는 ‘소셜아이어워드2024’ 건설브랜드부문 통합대상을 받았다.
GS건설의 ‘자이TV’는 구독자 69만명으로 건설사 유튜브 가운데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자이TV는 기존 자이 브랜드 광고인 브랜드컬렉션을 비롯해 유명 연예인이나 크리에이터, 부동산 전문가 등과 협업해 제작한 △부동산 핫이슈 △전국팔도 임장유랑단 △쇼킹한랭킹쇼 △자이뉴테크 △자이 다녀오겠습니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한 공감 마케팅은 대형 건설사뿐 아니라 중견 건설사에서도 활발하다. KCC건설은 유명인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 대신 주거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콘텐츠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2020년 회사 유튜브 채널 ‘KCC 스위첸’을 통해 선보인 ‘문명의 충돌’ 캠페인은 결혼 4년차 부부의 이야기를 담아 2030 젊은 신혼부부들의 공감을 얻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를 시작으로 아파트 내 유일하게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 놀이터를 소재로 한 ‘내일을 키워가는 집’, 아파트 경비실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담은 ‘집을 지키는 집’ 등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선보였다.
2023년에는 문명의 충돌 후속작 ‘문명의 충돌2-신문명의 출현’도 공개했다. 문명의 충돌 시리즈와 내일을 키워가는 집, 집을 지키는 집 등 캠페인은 모두 유튜브에서 조회수 300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문명의 충돌2-신문명의 출현은 국내 대표 4대 광고제를 모두 석권하기도 했다.
대방건설은 최근 자사 아파트 브랜드 ‘디에트르’와 함께할 협업 콘텐츠 크리에이터 공개 모집에 나섰다. 지난해 유튜브 채널 ‘다이애나인코리아’와 협업한 ‘디에트르 단지 체험기’ 영상은 공개 24시간 만에 조회수 9만5000회를 기록했고, 4월 3일 기준 누적 조회수 약 71만회를 달성했다. 영상에서는 다이애나 가족이 직접 디에트르 단지를 방문해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과 세대 내부를 체험하는 모습을 담아내며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계룡건설은 2020년 ‘해볼계룡’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뒤 MZ세대를 위한 다양한 영상을 올리고 있다. ‘미니어쳐 만들어볼계룡’ 코너를 통해 2000년대생에게 친숙한 샌드박스 게임인 마인크래프트로 산업대교를 짓는 영상은 한 달 새 3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올렸다.
이처럼 건설업계가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2030세대 공략에 나선 이유는 젊은 층이 아파트 구매 큰손으로 떠오른 영향이다. 실제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에서 생애 첫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을 산 사람 가운데 30대가 5095명으로 전년동기 4271명보다 19.3%, 20대는 1072명으로 전년동기 1026명보다 4.5% 각각 증가했다. 전체 생애최초 매수자 가운데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59.0%로 1년 전 53.8%보다 5.2%포인트 늘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의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2030세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감성 마케팅, 체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시공 능력이나 아파트 기능, 인테리어를 소개하던 기존 방식을 탈피해 주거와 관련한 가족의 이야기나 삶의 이야기 등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주택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를 체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