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그동안 금지돼 왔던 법인 가상자산 거래가 올해부터 가능해진다.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를 폭넓게 허용하는 글로벌 트렌드와 산업 육성 측면을 모두 고려한 조치다.
다만, 자금세탁 등 시장 리스크를 고려해 상장사, 전문투자자 등록법인까지만 참여를 허용하고 일반 기업의 경우 향후 시장 영향 등을 보고 신중하게 검토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13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를 열고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허용' 검토 결과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는 2017년 정부 규제에 따라 원칙적으로 제한돼 왔다. 개인에 비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는 자금세탁 및 시장과열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7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또 블록체인 등 신사업 수요가 증가하는 등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국내에서도 해외 현황을 고려,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주장을 수용, 이용자 보호와 시장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를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먼저 올해 상반기부터는 현금화 목적의 매도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한다. 범죄수익 몰수 등 법적 근거가 있는 검찰·국세청·관세청 등 법집행기관의 경우 이미 지난해 말부터 계좌를 발급하고 있다.
기부·후원을 받는 지정기부금단체와 대학교 등의 경우 올해 2분기부터 법인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한다. 기존에는 가상자산으로 기부금을 받더라도 이를 현금화할 수 없었는데, 앞으로는 가상자산 매도를 통해 인건비·세금 납부 등 경상비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비영리법인의 경우 현금화 목적의 가상자산 매도만 가능하고 투자를 위해 사고 파는 것은 금지된다.
가상자산거래소도 현금화 목적의 매도 실명계좌 발급이 허용된다. 다만, 거래소 대량매도에 따른 가격 급락, 이용자 피해 우려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가상자산사업자 공동 '매각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후 순차적으로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위험감수 능력을 갖춘 일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재무 목적의 매매 실명계좌를 시범허용한다. 대상은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 중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회사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등으로 3500여개가 해당된다.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는 리스크와 변동성이 가장 큰 파생상품에 투자가 이미 가능한 점, 해당 법인들이 블록체인 사업·투자 수요가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범위를 이같이 선정했다고 당국은 전했다.
상장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가 가능해졌지만, 거래 가능 가상자산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을 지나치게 과열시키거나 리스크가 큰 가상자산일 경우 당국에서 거래를 제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련해 김소영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시장을 지나치게 과열시키거나 리스크 높은 가상자산은 제한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며 "거래소 매도 가상자산의 경우도 이해상충 문제를 고려하는 한편, 일간·월간 매도 물량을 제한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시범허용으로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가 확대되는 만큼 상응하는 보완조치도 강화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은행 거래 목적 및 자금 원천 확인 강화 △제3의 가상자산 보관·관리기관 활용 권고 △투자자 공시 확대 등을 담은 '매매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또 개별 전문투자자별로 역량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최종 실명계좌 발급 여부는 은행과 거래소가 세부심사를 거쳐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회사의 경우 가상자산 리스크가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될 우려 등을 고려해 이번 가상자산시장 참여 허용 법인에서 제외됐다.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직접 매매 허용은 불가능하지만, 향후 토큰증권(STO) 입법을 통한 토큰증권 발행 지원, 금융권 블록체인 분야 투자 확대 등을 모색할 계획이다.
당국은 또 법인 가상자산 투자수익 과세 여부, 회계처리 등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이른 시일 내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