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전통 제조업체인 콘크리트 업계가 폭염과 한파 등 이상기후에 대응해 사계절 사용이 가능한 콘크리트 제품 경쟁에 나서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공사비는 치솟는 상황에서 일반 콘크리트보다 강도, 내구성, 균열 저항성이 우수한 특수 콘크리트 수요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특수 콘크리트 시장은 레미콘 전문 기업인 삼표산업·유진기업·아주산업 등 3사가 주도하고 있다. 특수 콘크리트란 특정 환경에서도 타설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강화한 콘크리트를 말한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동절기에도 타설이 가능하도록 성능을 개선한 콘크리트, 빗물이 스며들면 건조 시보다 압축 강도가 높아져 우천 시에도 타설이 가능하게 한 콘크리트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특수 콘크리트 시장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기업은 삼표산업이다. 지난 2017년 업계 최초로 영하 10℃에서도 타설이 가능한 특수 콘크리트 '블루콘 윈터'를 출시했다. 이어 지난해 6월과 8월 비 오는날 타설해도 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블루콘 레인 오케이'와 일 평균기온 35℃에서 최대 3시간까지 굳지 않는 '블루콘 킵 슬럼프'를 공개했다. 작년 여름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면서 이 제품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블루콘 윈터 또한 올 겨울 문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블루콘 윈터 판매량은 2017년 출시 당시 5400㎥ 수준에서 계속 상승세를 보이다가 2022년 6만3000㎥, 2023년 11만㎥에 이어 지난해 18만4000㎥를 기록하며 수요가 많이 늘어났다. 누적 판매량은 40만㎥로,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 기준, 3000여세대에 투입되는 분량이다.
이 밖에 회사는 콘크리트의 균열이나 컬링(모서리 들뜸 현상) 등의 문제를 해결한 바닥용 고성능 특수 콘크리트 '블루콘 플로어', 조강 콘크리트인 '블루콘 스피드', 별도의 다짐 작업이 필요 없는 자기충전 방식의 '블루콘 셀프'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췄다.
유진기업은 지난해 6월 여름철 고온에서도 유동성을 유지하는 초지연, 초유지 콘크리트, 11월에는 영하 10℃에서도 버티는 내한 콘크리트를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올해 초에는 콘크리트 내부에 라텍스 입자를 혼합해 필름막을 형성시켜 균열 발생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라텍스 누름 콘크리트' 기술을 개발해 선보이기도 했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건설 현장의 다양한 요구와 환경 변화에 맞춰 효율적인 공사 진행 및 안전관리를 위해 특수한 환경 속에서도 타설이 가능한 특수 콘크리트를 개발해 왔다"며 "최근에는 건설사와 공동으로 특수 콘크리트 개발을 통해 현장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지속적으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산업의 내한 콘크리트는 일 최저 기온 -5℃ 이상 조건에서 별도의 급열양생 없이 최소한의 보온양생만으로 초기 동해(凍害)를 받지 않고 소요 강도를 확보할 수 있다. 이번 -5℃ 내한 콘크리트를 시작으로 일 최저 온도 -10℃ 제품군 및 10℃ 간절기 제품군을 2025~2026년 동절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회사는 또 최근 업계 최초로 내한 콘크리트 자동 온도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자동 온도 관리 시스템은 센서를 통해 원자재 저장시설의 온도를 실시간 감지하고, 혼합수의 온수·청수 비율을 자동 조정해 목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생산 과정에서의 온도 편차를 최소화하고, 균일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어 작업자의 업무 효율성이 대폭 증대됐다. 타설 시에는 콘크리트 내부에 초소형 무선 센서를 삽입해 양생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부 열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일반 콘크리트를 사용하면 기온이나 날씨에 따라 현장에서 사용하지 못할 위험성이 높지만 특수 콘크리트는 낭비 위험성이 낮아진다. 특수콘크리트가 일반 콘크리트보다 약 1.3배 정도 비싸도 경제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 건설업 불황 등으로 특수 콘크리트 시장의 중요성이 앞으로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코히어런트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특수 콘크리트 시장은 2024년 612억4000만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7.05%를 기록해 2031년엔 926억3000만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전망에 따라 업계에 내한 콘크리트를 비롯한 특수 콘크리트 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한일시멘트도 올해 말 내한 콘크리트 출시를 목표로 특수 콘크리트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특수 콘크리트 연구개발(R&D)을 위한 실무 준비를 마무리하고 영하의 기온에도 별도의 가열 양생 없이 강도 발현을 촉진할 수 있는 내한 콘크리트를 올해 말 출시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이상기후에 따라 기상 변동이 크고 노동시간 감소한 가운데 레미콘 공장들도 도심지에 멀어지다 보니까 공사할 수 있는 일수가 부족한데 공기는 단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효율성이 높은 특수 콘크리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공사비가 급증한 상황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공기 단축이 중요한 시장 상황에 맞춰 특수 콘크리트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수 콘크리트는 일반 콘크리트보다 강도, 내구성, 균열 저항성이 우수해 건축물의 수명 연장이 가능해진다"며 "강도, 내구성, 친환경성, 시공 편의성 등 다양한 장점으로 인해 건설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 롯데건설, 이산화탄소로 굳히는 시멘트 현장적용
- 아주산업, '내한콘크리트 자동 온도 관리 시스템' 도입
- 삼표시멘트, 친환경 '블루멘트' 기술 선봬
- 유진기업, 균열 저감 '라텍스 누름 콘크리트' 개발
- 국토부, 비오는 날 콘크리트 타설 금지···추울 땐 강도 높여야
- 레미콘 '단가 협상' 파행···4개월 줄다리기 끝 결국 중단
- 유진기업, 중대재해 예방 위한 안전보건 관리 강화
- 삼표그룹, 2025 안전보건경영방침 선포식 개최
- 레미콘 단가 협상 9번째 결렬···'2600원 차이' 못 좁혀
- [초점] 답이 안 보인다···시멘트 업계, 내수 감소 속 원가 절감 집중
- 삼표그룹, 자율주행 로봇주차 신사업 확장
- 유진기업, 사업장 안전강화 위한 관리감독자 교육 실시
- 한일시멘트 우덕재단, '우 장학생' 모집
- 레미콘 단가 협상 4개월만에 타결···수도권 가격 2.45% 인하
- 삼표 '블루콘 레인 오케이', 한국콘크리트학회 기술인증서 획득
- 건설 침체에 시멘트업계 '휘청'···"4천만t도 어렵다"
- 우덕재단, '제4회 우덕 미래건축가상' 공모전 개최
- 역대급 폭염 앞두고 건설현장 비상···'온열질환' 방지 총력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