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서 발빼는 사모펀드들···오버행 해소로 '유증 악몽' 털어낼까
신한금융서 발빼는 사모펀드들···오버행 해소로 '유증 악몽' 털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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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잇따라 신한금융 지분 '블록딜' 매각
'유증' 어피너티·EQT프라이빗, 이사회 참여 종료
신한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신한금융그룹)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신한금융지주 지분 투자에 나섰던 사모펀드들이 보유 지분을 앞다퉈 매각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2만~3만원대에 머물러 있던 신한금융 주가가 6년 만에 5만원대를 회복하는 등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를 받아 크게 오르자 투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신한금융의 발목을 잡았던 '오버행(잠재적 과잉 물량)' 우려가 일부 해소된 만큼 주가 상승세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지분을 보유해 경영에 참여해왔던 사모펀드(PEF)들이 올해 초부터 지분율을 줄이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이달 초 신한금융 주식 388만주(지분율 0.7%)를 평균단가 4만5000원대로 장내 매각했다. 지난 2020년 지분 매입 당시(2만7050원)보다 약 60% 높은 수준이다.

오랜기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글로벌 금융회사 BNP파리바도 신한금융 지분 전량 매각에 나섰다. BNP파리바는 지난 26일 장 마감 후 신한금융 주식 1870만주(지분율 3.6%) 전량 매각을 위한 블록딜 수요예측에 나섰다. 매각가는 지난 26일 종가 4만9750원에 할인율 2~4.9%를 적용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홍콩계 글로벌 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올해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신한금융 주식 약 530만주, 520만주를 각각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를 통해 지분율 3.9%를 1% 안팎으로 줄였다. 매각가는 3만원 후반대~4만원 초반대로 4년 전 지분 매입가(2만9600원)와 비교하면 이번 지분 매각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PEF EQT프라이빗캐피털(옛 베어링PEA)도 이달 초 신한금융 지분 929만7000주(지분율 1.8%)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EQT프라이빗 역시 4년 전 신한금융 주식을 2만9600원에 매입했는데, 이번 주당 매각가 4만4688원과 비교하면 수익률만 50%가 넘는다.

특히, 두 사모펀드 어피너티와 EQT프라이빗은 지난 2020년 10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한금융 지분 3.9%, 3.6%를 각각 확보했다. 당시 신한금융은 글로벌 전문 투자자와의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자본시장 및 글로벌 부문에서 시너지를 내고자 외국계 사모펀드를 주요 주주로 받아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지분 매입 이후 사외이사 지명권이 부여됐던 두 사모펀드들은 각각 이용국·최재붕 교수를 추천, 3년여간 이사회를 통해 그룹 경영에 참여해왔다. 그러나 이번 지분매각으로 지분율이 모두 2%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사외이사 추천권한도 사라졌다.

오버행 등 당시 주주들의 우려에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 만큼 신한금융이 두 사모펀드와는 장기적 협업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주가 상승과 함께 두 사모펀드가 빠르게 지분을 매각하면서 신한금융이 그동안 '실익'을 얻었는지를 두고 시장에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당시 유상증자를 단행한 이후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투자금 회수가 최우선인 사모펀드 특성상 언제든 지분을 대거 내놔 주가를 떨어뜨리는 일명 '오버행' 이슈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실제 신한금융 주가는 유상증자를 단행한 직후부터 2만~3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신한금융 주가가 하나금융지주보다 아래로 떨어진 것도 유상증자 직후부터였다. 은행주가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로 꼽히며 큰 폭으로 오른 현 시점에서도 신한금융 주가(27일 종가 기준 4만7000원)는 하나금융(5만8900원)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유상증자 당시 당장 신한금융에 자본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글로벌 시너지를 확보하겠다고 하는데 시장이나 주주들이 느끼기에 뚜렷한 목적이나 전략이 보였던 것도 아니어서 의문이 많았다"며 "언제든 차익 실현해서 빠져나갈 수 있는 게 사모펀드기 때문에 그동안 신한금융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모펀드들의 지분 대거 매각으로 오버행 이슈가 일부 해소된 만큼 주가 상승세에 보다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KB금융의 경우 지난달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이 지분 1.2% 전량을 처분한 이후 오버행 이슈에서 자유로워지면서 큰 폭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어피너티나 베어링, IMM PE 등 사모펀드들이 투자를 진행할 때 LP(기관투자자)를 모집하는데, 그 과정에 다수 참여하는 등 그동안 파트너로서 다양한 협업을 진행해왔다"며 "지분 매각으로 앞으로 경영상 참여는 하지 않겠지만 필요하다면 (딜 관련해) 언제든 협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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