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빠진 DB하이텍, 파운드리 10위권에서 멀어지나
딜레마 빠진 DB하이텍, 파운드리 10위권에서 멀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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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설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DB하이텍
SK하이닉스, 인텔도 파운드리 경쟁 예열
DB하이텍 CI. (사진=DB하이텍)
DB하이텍 CI. (사진=DB하이텍)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올해 실적 고공행진을 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DB하이텍에 한파가 들이닥치고 있다. 심지어 DB하이텍이 성장을 위한 투자와 증설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치열해지는 파운드리 중위권 경쟁 속 점유율 10위권 재도약은 멀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올해 3분기 매출 4474억원, 영업이익 220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6%, 85%나 증가한 수치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무려 49%에 달한다. DB하이텍은 코로나19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실적이 급상승해 2021년 1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미래 먹거리인 수주 잔고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DB하이텍의 3분기 수주 잔액은 총 1억523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분기(1억2232만 달러)에 비해 13.97% 감소한 수치다. DB하이텍의 수주잔액이 감소는 2020년 1분기 이후 11분기 만에 발생했다. 증권업계는 DB하이텍의 수익성이 3분기를 고점으로 하며 4분기부터는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DB하이텍은 세계 파운드리 업계에서 14년간 점유율 10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부터 10위밖으로 밀려났다. DB하이텍이 밀려나면서, 대만과 중국의 합작 업체 넥스칩(Nexchip)이 치고 들어왔다. 

당시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원인으로 파운드리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DB하이텍이 '공장 증설'에 미온적인 게 성장을 가로막은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넥스칩이 선전했던 이유로는 생산 확대가 주 요인이었다. 

DB하이텍은 딜레마에 빠졌다. 성장을 위해서 증설을 해야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DB하이텍이 주력으로 하고 있는 구형 8인치 웨이퍼 기반의 파운드리 공장은 증설하려면 8인치용 반도체 제조장비가 필요하지만, 최근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8인치 장비에서 손을 떼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12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로 이미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8인치 라인 외에도 12인치 라인 증설 투자계획 또한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12인치 라인을 증설하게 되면, DB하이텍은 삼성전자·대만 TSMC 등과 경쟁상대가 된다. 12인차 라인에서 아직까진 경쟁 우위를 가져 갈 수 없다는 점에서 DB하이텍의 고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최근에 DB하이텍은 최근 계열 금융회사인 DB저축은행에 300억원을 예치했다. 수익성 증대로 두둑해진 현금을 R&D투자가 아닌 이자를 챙기는 데 사용했다. 

그러는 동안 파운드리 업계의 10위권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국내 8인치 파운드리 업체 키파운드리 인수했다.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키파운드리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지난해 DB하이텍 매출(1조2147억원)에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인텔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인텔은 파운드리 9위 업체인 타워를 인수해, 8인치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또 올해 1월에는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첨단 반도체 공장 2개를 건설하는 등 50조원이 넘는 투자계획을 밝혔고,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까지 힘입어 성장세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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