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빅데이터 등에 업고 보험·카드사, '데이터플랫폼 기업' 변신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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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헬스케어 금융플랫폼' 도약 준비···"건강보험 데이터 확보가 관건"
카드업계 숙원 과제 '부수업무 지원 확대' 첫발···"빅테크와 경쟁환경 조성"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정부가 금융규제에 대한 허들을 낮추겠다고 밝히면서 보험사·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서도 '데이터 플랫폼사'로 거듭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규제 장벽에 막혔던 보험사들과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규제완화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동시에 빅테크와의 진검승부를 앞두고 '전략짜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의 부수업무 진출 현황은 올해 8월말 기준 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33건과 지난해 11건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카드사의 부수업무 진출 현황은 더욱 심각해 2020년 4건, 2021년 5건, 올해 0건(8월말 기준)으로 나타났다. 규제 문턱이 높다보니 부수업무 진출 속도가 더디다못해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시장에서 저변을 넓힐 수 있도록 규제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금융플랫폼 업무 활성화 지원 방안으론 보험사의 헬스케어 자회사 허용, 서비스 확대 등 적극적인 인가 정책 운영 방침이 포함됐다. 또 보험사가 오픈뱅킹과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전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런 계획이 현실화되면 보험 소비자는 보험사의 '원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해당 보험사 소속 계열사가 제공하는 체육시설 등록이나 건강관리기기 구매 등의 서비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보험사가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관건은 보험사들이 '헬스케어'라는 특장점을 살리기 위해선 '건강보험 빅데이터' 활용 여부가 중요한데, 이를 어느 선까지 허용하느냐다. 

보험사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공공의료 데이터를 받아 볼 수 있지만, 특정 시점의 의료 정보만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라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가진 건강보험 데이터는 시간 흐름에 따른 개인의 진료 정보와 건강검진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의료기관이나 제약사 등이 건보공단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반면 보험업계의 이런 요청은 국민건강정보 자료제공심의위원회의에서 번번이 막히고 있다.

보험업계는 건강 검진 및 개인 정보가 포함된 건강보험 데이터를 확보해야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비자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건강관리 혜택과 서비스는 결국 데이터를 통해 가능하다는 얘기다.

보험사들은 건보공단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면 개발에 애먹었던 보험상품 출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를 통해 질병의 추이나 신 의료기술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면 새로운 상품이나 담보를 개발할 수 있어서다. 예컨대 인공수정, 체외수정 등 난임 치료를 보장하는 난임보험이나 보험 가입이 쉽지 않은 고혈압·당뇨 등 유병자 전용 신상품 출시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보험사 관계자는 "빅테크가 상품 비교 시장에 뛰어들면서 보험상품 판매 채널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 헬스케어 등 보험사의 새 먹거리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의료계를 포함한 타 산업에서는 국민건강보험 데이터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보험사들은 건강보험 데이터 이용에 여전히 제약이 있다. 플랫폼 환경 구축뿐만 아니라 데이터 접근성도 함께 개선돼야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진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빅테크의 결제시장 진출로 본업 경쟁력이 낮아진 카드사들은 '종합금융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카드사들이 은행·보험·증권 등 타 금융권보다 실생활과 연결된 '결제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활밀착 플랫폼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고, 지급결제 데이터 활용의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신고 없이 영위할 수 있는 부수업무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부수업무는 금융사들이 고유 및 겸영 업무가 아닌 다른 사업을 신청해 수익성을 창출하는 업무 영역을 일컫는다. 카드업계에서는 대표적으로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판매와 유지관리, 금융플랫폼 운영, 기타 지급결제 관련 업무 등이 포함된다.

부수업무 확대는 카드업계의 숙원 사업으로 꼽혀왔다. 앞서 금융당국이 수차례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면서 카드사에 부수업무 지원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신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부수업무는 여신금융업감독규정이 정하고 있는 조건 내에서만 겸업할 수 있는데,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카드사들은 그동안 사업화 가능성보다는 본업에 얽매인 자문서비스나 정보제공 관련 사업 등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당국은 지급결제 인프라와 데이터 경쟁력을 가진 카드사들이 생활밀착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의 범위를 확장할 방침이다. 예컨대 감독규정상 카드사 부수업무로 영위가능한 플랫폼 사업은 '통신판매업'으로 한정돼 왔는데 '전자상거래 사업 전반'으로 확대되면 통신판매업뿐 아니라 통신판매중개업까지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통신판매업은 일반 판매업자와 비슷한 개념인 반면 통신판매중개업은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이 수행하고 있는 플랫폼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며 "통신판매중개업이 허용되면 하나의 카드앱에서 다양한 카드상품을 제시할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카드사들의 플랫폼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는 당국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신용정보 범위를 좁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마이데이터 관련 사업, 상권 분석, 소비자 패턴 분석, 사기행위 방지 등 이전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존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어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등 우회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했다.

이런 이유로 카드업계는 그동안 카드사에만 과도하게 적용되는 '기업·법인 신용정보 활용 범위'에 대해 타업권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는 여전법에 따라 개인뿐 아니라 기업·법인의 신용정보에 대해 모두 동의를 받아야 하는 반면, 카드사를 제외한 금융권과 빅테크의 경우 신용정보법에 따라 개인의 신용정보만 동의받으면 된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카드사들도 빅테크처럼 사업자등록번호 등 기업·법인정보에 대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활용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결국 기존 금융사들이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빅테크와 공정한 경쟁을 위한 환경 조성이 관건"이라며 "빅테크만 할 수 있었던 서비스들을 기존 카드사들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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