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20년' 방카슈랑스, 3대 규제 완화 가능할까
'도입 20년' 방카슈랑스, 3대 규제 완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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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연구원 '방카슈랑스 제도 시행 이슈 및 평가' 세미나
"환경변화에 3대규제 완화" vs "불완전판매 가능성 재점검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국내에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가 도입된 지 2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판매상품·판매비중·판매인수'를 제한하는 '3대 규제' 완화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규제완화를 찬성하는 입장에선 법인 보험대리점 팽창, 플랫폼 회사의 보험업 진출 등 과거와 다른 보험판매 환경이 형성된 상황에서 규제의 실효성이 퇴색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불완전 판매 우려'와 '중소형사 경쟁력 약화'에 대한 문제가 여전한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보험·연금연구실장이 15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방카슈랑스 제도 시행의 소비자 및 법·규제 측면의 이슈 및 평가'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보험·연금연구실장이 15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방카슈랑스 제도 시행의 소비자 및 법·규제 측면의 이슈 및 평가'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한국금융연구원은 15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방카슈랑스 제도 시행의 소비자 및 법·규제 측면의 이슈 및 평가' 세미나를 열고 방카슈랑스 제도를 점검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보험연금연구실장과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고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 양원용 KB생명 BA영업본부 전무, 이대규 우리은행 WM추진부부장, 정영석 법무법인 광장 고문, 주소현 이화여자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석호 실장은 "소비자 측면에서 보면 방카슈랑스의 도입 취지와 기대효과에 부합하는 소비자 인식과 실제 이용행태가 설문조사 결과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현행 3대 규제로 인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방카슈랑스 제도가 규제 완화를 통해 활성화된다면 소비자가 누리는 긍정적인 효과가 확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방카슈랑스는 지난 2003년 8월에 도입된 제도로, 보험사가 은행 등과 판매제휴해 보험상품을 위탁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단계별로 판매 보험상품의 종목이 확대됐으나, 2008년 4월 시행 예정이었던 4단계 시행(종신보험 및 자동차보험 종목 허용)은 논란 끝에 유보됐다.

이에 따라 현재 방카슈랑스 제도는 △종신보험 등 개인보장성 상품 및 자동차보험은 취급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판매상품 규제' △판매하는 1개 보험사 상품의 모집액이 신규로 모집하는 상품 총액의 25%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판매비중 규제' △각 점포별로 최대 2명의 범위 내에서만 방카슈랑스 상품을 판매하도록 하는 '판매인 수 규제'에 적용받고 있다.

이 실장은 설문조사 내용을 인용하며 규제를 완화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실시한 '방카슈랑스 소비자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방카슈랑스 채널 이용고객 5명 중 1명은 방카슈랑스 관련 규제로 인해 실제 불편을 겪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답했다. 규제로 인해 원하는 상품을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는데,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규제는 판매비중, 판매상품 순이었다.

반면 방카슈랑스 이용자들은 '적합한 보험상품 추천(68%)', '접근성(67.5%)', '간편하고 신속한 가입절차(66.3%)', '저렴한 보험료(54.8%)' 등이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이 실장은 방카슈랑스가 도입될 당시 보험상품 가격 인하와 소비자 접근성 제고가 중요하게 고려됐는데, 실제 이용 고객들이 접근성과 가격 측면에서 비교적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감독원에서 방카슈랑스 제도를 마련했던 장영석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제도 도입 취지와 규제 완화간 관계에 대해 다른 입장을 내놨다. 

장 고문은 "방카슈랑스 제도는 20년 전에 저렴한 보험상품과 금융상품 접근성 측면에서 도입했는데, 당시 금융환경 특징인 은행의 압도적인 지위 자체가 개선됐는지, 또 보험료 인하 효과가 개선됐는지에 대해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상품판매 비중을 제한하는 이른바 25% 룰이 도입됐고, 그 이후에야 은행과 제휴를 희망하는 보험사들이 제휴를 할 수 있었다"며 "중소보험사들이 당시에 톡톡튀는 상품을 개발하면서 판매가 늘긴 했지만 당시 은행계 보험사들이 성장을 더 많이 한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당초 보험료 수준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소비자에게 가격이 낮은 상품보다는 은행의 이익에 연결되는 상품 판매가 더 많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방카슈랑스제도가 보험료 인하 효과보다는 은행 수수료에 더 도움이 됐다는 게 장 고문의 주장이다. 

은행의 점포 감축 기조에 따른 접근성 문제도 언급했다. 장 고문은 "은행 고객의 30%가 창구를 방문하지 않고 은행의 점포 감축도 가속화되고 있다"며 "은행 창구가 줄어는 상황에서 보험상품에 대해 확대 설계하면 소비자 접근성이 담보될 수 있는지, 판매상품·비중 등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한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주소현 이화여자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방카슈랑스 불완전판매 비율이 다른 판매채널에 비해 낮은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방카슈랑스 이용 고객들이 보험을 저축이나 노후준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카슈랑스 판매 상품 규제에 대해서는 종신보험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방카슈랑스 불완전판매 비율이 다른 판매 채널보다 낮은 것은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은 종신보험을 팔지 않아서인지, 진짜 방카슈랑스의 불완전판매가 적어서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방카슈랑스가 소비자 입장에서 편의성 있는 판매 채널이라는 평가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규제가 완화될려면 은행 내 판매인력의 전문화와 전담부서 내 전문인력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 직원이 자격증 몇 개를 따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며 "정말로 소비자가 정확하게 상품내용을 이해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완전판매 프로세스가 담보된 이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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