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코로나19 충격 이후 자영업자 대출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금융완화 조치가 정상화할 경우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채무상환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 비은행금융기관의 신용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이면서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책을 '유동성'에서 '채무이행'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대출은 올해 3월 말 기준 96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 충격이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2019년 말 대비 40.3%가 늘었다.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 등으로 자영업가구의 채무상환부담이 낮아졌으나, 자영업자 대출의 절대적인 규모가 크게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대출은 코로나 당시 단기적으로 자금난 해소에 기여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금융불균형 누적 △회생불가 자영업자의 구조조정 지연 △잠재부실의 이연·누적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한은은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향후 금융여건 변화에 따른 자영업 가구의 원리금상환비율(DSR) 변화를 분석한 결과, 자영업자 채무상환위험은 내년 이후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시나리오에는 △대출금리 상승 △금융지원(만기연장·원리금상환유예) 종료 △손실보전금 지급 등 금융완화 조치가 정상화했을 때의 위험을 평가했다.
올해는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금융지원조치가 종료된다고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매출 회복 및 손실보전금 지급 효과에 힘입어 자영업자 채무상환위험은 다소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금융지원 종료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하고, 손실보전금 지급 효과도 소멸되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채무상환 위험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복합충격 발생시 소득분위별 DSR은 저소득(하위 30%) 가구의 경우 2022년 34.5%에서 2023년 48.1%로 13.6%p 상승하며 소득분위별 구간 중 가장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중소득(40~70%) 가구는 38.6%에서 47.8%(9.2%p↑), 고소득(상위 30%) 가구는 39.5%에서 44.4%(4.9%p↑) 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월말 기준 취약차주가 보유한 자영업자대출은 88조8000억원으로 코로나 직전(19년말 68조원) 대비 30.6% 늘었다. 채무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이후로는 더욱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여신전문회사·저축은행 등에서는 취약차주 비중이 높고 담보·보증 대출 비중이 낮아 연계 부실화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정책 방향을 '유동성 지원'에서 '채무이행 지원'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은은 지적한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지원조치를 단계적으로 종료하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진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채무재조정, 폐업 지원, 사업전환 유도 프로그램 등을 통한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비은행금융기관들이 자영업자대출 취급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추가 적립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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