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3세 경영수업 본격화···신 회장 장남, 그룹DT담당으로 입사
교보생명 3세 경영수업 본격화···신 회장 장남, 그룹DT담당으로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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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실무 경험 쌓기 위한 것"
왼쪽부터 교보생명·한화생명 본사 (사진=각 사)
교보생명·한화생명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인 신중하 씨(41)가 이달 중순 교보생명 그룹디지털전환(DT)지원 담당으로 입사하면서 3세 경영수업을 본격화하는 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디지털전환 분야는 갈수록 쪼그라드는 보험산업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발판으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신 씨의 본사 첫 근무지 역시 이런 배경에서 결정됐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중하 씨는 이달 중순 교보생명 본사에 경력사원(차장직급)으로 입사했다. 신 차장은 앞서 교보생명 관계사의 대리로 입사해 실무부터 차근차근 경험을 쌓았다는 점에서 주요 기업 오너 3세들의 행보와 비교돼 왔다.

1981년생인 그는 뉴욕대학교를 졸업한 뒤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딧스위스 서울지점에서 근무했다. 투자은행 경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인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 보험금 지급 과정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손해사정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이후 교보정보통신에서 디지털 혁신 신사업 팀장으로 디지털 전환 전략의 실무를 담당하다가 2021년 12월 교보정보통신 자회사인 디플래닉스로 자리를 옮겨 디지털운영전략 업무를 맡고 있다. 최근 교보생명 본사에 입사하면서 지속경영기획실 산하 그룹디지털전환(DT) 지원담당 직무도 겸직하게 됐다.

신 차장이 디지털 분야로 보폭을 넓히기 시작한 것은 미국 콜럼비아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친 이후부터다. 경영학 석사 과정에 들어가기 전 KCA손해사정에서 보험업의 핵심업무인 계약과 심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면 석사 과정을 마무리한 이후에는 디지털 분야에 집중해 역량을 쌓고 있다.

교보생명은 이번 입사에 대해 당장 3세 경영수업이라기보다는 그룹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고 충분한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한 인사라는 입장이다. 또 일반 임직원들과 동일한 인사 원칙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보험업계는 생명보험사 3세들의 경영능력 등을 검증할 시험대로 디지털 분야가 떠오른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 역시 경영권 승계와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줄곧 디지털 관련 사업을 맡으면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1985년생인 김 부사장은 2014년 10월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 팀장으로 지냈고 2015년부터 한화생명에서도 디지털 관련 업무를 맡아 왔다. 

이어 2017년 한화생명 디지털담당 상무로 승진한 이후 미래혁신총괄을 맡았다. 2020년부터는 디지털 관련 전반 전략을 수립하는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를 역임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엔 한화그룹이 전사적으로 임원 직제 중 상무보 직급을 없애면서 전무에서 부사장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디지털분야가 후계구도와 경영수업 등을 위한 자리로 떠오른 것은 오랜 기간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보험사 입장에서 디지털 전환은 생존을 위한 최우선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 채널 중 오프라인 조직 비중이 높은 생명보험사들은 최근 들어 디지털플랫폼 구축 및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가구당 보험 침투율은 90%대를 넘어섰다. 보험 침투율은 GDP 대비 총 수입보험료의 비율이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보험을 든 사람은 많고 기존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평가한다.

물론 신 씨가 교보생명 보유 지분이 아직 없기 때문에 경영 승계를 거론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현재 교보생명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FI)와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과 본사에 입성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후계자로서 존재감을 점차 드러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로, 최근 실적 수치나 경제 수치를 살펴보면 생명보험사는 더욱 심각한 상태"라며 "새로운 시장과 메타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서 보험사들의 디지털 전환은 미래 생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김동원 부사장, 신중하 씨가 디지털·신사업에서 경력을 쌓는것으로 보인다"며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사업에서 경력을 쌓고 있는 만큼 회사 내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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