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행권, 충당금 놓고 시각차···친주주정책 제동걸리나
금융당국-은행권, 충당금 놓고 시각차···친주주정책 제동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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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금융, 1분기 충당금 전입액 일제히 줄여
당국 "배당·자사주매입 자제···충당금 쌓아라"
당국 요구 vs 주주환원 놓고 은행권 딜레마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금융지주사들이 분기배당, 자사주 매입 등 친(親)주주 정책을 통해 제자리 걸음인 주가 띄우기에 나선 가운데, 금융당국의 '반대'라는 암초를 만났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은행권이 손실흡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과도한 배당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국이 경고하면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7078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말(1조4417억원)보다 50.9% 줄었다. 은행 부문만 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1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전분기보다 65.1% 감소한 2867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손충당금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빌려준 돈 중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한 것이다. 충당금을 많이 적립할수록 순이익이 줄어든다.

코로나19 이후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충당금을 미리 적립해 부실대출을 대비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2년간 이어진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 후 부실대출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익이 많이 났을 때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지난해 1월 은행계열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배당성향 20% 제한' 조치를 시행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최근 금융당국은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놓고 은행권에 다시 한번 경고장을 날렸다. 부실대출 우려, 금리상승 등 어려운 환경에서 올해 1분기 금융그룹과 은행 충당금 규모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앞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위기 국면이라는 인식 아래 평상시의 기준에 안주하지 말고 잠재 신용위험을 보수적으로 평가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며 "자사주 매입·배당 등은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국내 은행권의 충당금 규모가 글로벌 은행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손충당금은 대출잔액과 부도율, 부도에 따른 손실률을 곱해 산출하는데, 부도율이 과거 산정방식을 따르고 있어 코로나19와 같은 최근 발생한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4대 국내 은행의 충당금 잔액은 총대출채권의 0.44%로 전세계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대출자의 미래 부도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데 따른다"고 설명했다.

반면, 은행권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 대출 부실화를 고려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다는 입장이다. 실제 4대 은행의 올해 1분기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201.6%로 지난해 말보다 52.5%p(포인트) 높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 은행들은 회계 기준상 대출에 대한 기대손실을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적립하게 되는데, 국내 은행과는 충당금 적립 기준점이 다르다"며 "국내 은행들이 충당금을 훨씬 적게 쌓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 회계 기준 아래에서는 충분히 보수적으로 쌓은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부실리스크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지만 결국 금융당국의 배당·자사주 매입 제한 기조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새 정부가 오는 10일 출범하는 만큼 당국도 부실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죌 가능성이 크다.

최근 주주환원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던 은행권도 난감해졌다. 코로나19로 자본운영 계획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았던 금융지주사들은 코로나19 일상회복에 맞춰 분기배당 정례화,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본격적인 주가 띄우기에 나선 상황이었다. 당국 요구에 맞춰 배당 등을 자제하게 되면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손실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출하고 있고, 다중채무 등의 부실화 위험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당국과 시각차가 있다"며 "금융지주사는 특히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금융사가 당국 조치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게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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